44. 인도에서 요가 배우기.

마이소르에서.

by 혜성


마이소르 궁전.


무모하다면 무모했고, 열정에 가득했다면 그것도 맞는 말이다. 해외로는 3박 4일 여행이 전부였던 나는 한 달 동안 요가 자격증 따기라는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인도로 향했다. 그때 면밀하게 인도에 대해서 조사했으면 포기했을 수도 있다. (너무 위험한 나라라고 하더라. 다행히 너무 좋은 사람들만 만나서 행복한 여행을 했다.) 집 근처 요가센터에서 몇 달 배운 요가가 전부였던 나는 전통요가를 배우고 싶다는 천진난만한 생각을 했다. 한국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장소에서 정신과 몸을 건강하게 단련하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그래서 RYS 200(Registered Yoga Teacher: 등록된 [공인된] 요가 선생님 인증, 뒤의 숫자는 훈련한 시간이다.)이 된 인도 요가의 고장 마이소르의 적당한 가격의 스튜디오의 한 달 과정을 등록했다.


하루 일정표.


설마 이렇게 빡빡하게 할까라고 생각했지만 정말 한치의 틀림도 없이 스케줄에 따라 공부 또 공부였다. 제일 열심히 공부한 시간이었다. 산스크리트어로 된 노래, 아사나(동작) 디테일한 사항 공부와 신체 근육 조직에 대한 공부들은 모두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때 처음으로 호흡법(Pranayama)도 접하고 만트라와 찬팅도 알게 되었다.


KakaoTalk_20220324_164643348.jpg 우리가 썼던 교재.
영어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영어는 필수!


영어를 어느 정도 한다고 자부하던 나였는데, 인도식 영어 발음에 완전히 어질어질했다. 그것도 일주일쯤 되니까 익숙해져서 다행히 큰 무리는 없었다. 영어권에서 온 친구는 한 명이었는데, 모두 영어는 잘했다. 오히려 미국 친구가 자기만 1개 국어를 할 줄 안다며 쑥스러워하던 모습이...



인도음식은 정말 최고다.


나는 당시 채식을 했기 때문에 인도는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다양한 향신료와 신선한 과일들을 싼값에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 식당에 가던지 채식인들을 이상하게 보지 않고 따로 메뉴도 분류해 놓기도 했다. 다양한 종교나 취향들을 존중하는 마음은 일상적인 일반인 문화에도 투영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길 강아지들이 많다.
아래쪽에 아기 원숭이가 있다.
숙소 앞에 아기 소가 있길래 달려와 쓰다듬었다.

사람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 야생동물들은 지천에 널렸다고 하면 과장이 아니다.


이곳에서 나는 자유였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스튜디오에서 훈련만 하고 일요일에만 자유시간이었다. 근처를 여행하며 바쁘게 보냈지만, 너무 행복했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건 이런 기분이었구나 싶었다.



TMER6508.JPG 보름달이 뜨는 날, 미친 짓하자고 하던 날.

함께 수련하던 프란체스카(오른쪽)는 보름달이 뜨는 날엔 사람이 살짝 미친 짓을 하는 걸 아냐고 말하면서 밤 9시에 나가자고 했다. 물이 사람의 몸의 60-70프로 차지하기 때문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안에만 있는 게 너무 답답하기도 했다. 우린 에밀리까지 불러 근방 신전 구경을 마치고 돌아오자면서 밖으로 향했다. 스튜디오 문 닫는 시간이 10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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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신전문은 열려 있었고, 사람도 꽤 북적댔다. 우린 이마에 꽃가루인지를 찍어주시는 신관님 앞에 인사하고, 그들의 의식을 살펴보기도 했다.


EZYO6460.JPG 틈만 나면 정원에 가서 햇빛을 받으며 연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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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CZ6925.JPG 동작을 직접 해봐야 쉽게 외워지기 때문에 계속 정원에서 저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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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우린 일주일간 정말 피나게 공부했다. 산스크리트 동작 이름과 순서, 그리고 동작을 차례대로 (영어로) 작성해야 했는데, 그렇게 긴장되고 스트레스 많이 받은 게 정말 오랜만이었다. 다행히 통과했다. 졸업 요건은 수업으로 200시간 채우기, 마지막 이론시험 통과와 매주 선생님이 돼서 티칭 하기. 이렇게 다 통과했다면 졸업이다.


CGFQ9488.JPG 졸업식 전날 포토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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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WC4814.JPG 숙소에 나가기 전날, 마지막 만찬.
LKKR0345.JPG 졸업식.

쉽지 않은 첫 도전이었다. 하지만 해냈고 난 앞으로 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난 지금도 요가를 쭉 하고 있다.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 몇 년 정도 더 연습하고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해보고 싶다. 전업으로는 안 하겠지만 말이다.


이 도전은 내 직업을 위한 것이 아닌 나의 몸과 정신을 맑게 하기 위한 나만의 거창한 의식이었다. 그리고 잘 된 것 같다.


이날 이후로 우린 각자의 길을 갔다. 나는 네팔을 가기 위해 기차를 타고 북쪽으로 에밀리는 스리랑카로 프란체스카는 근처를 여행하다 고국인 이탈리아로 돌아갔다. 긍정적인 에너지가 흐르면 그 에너지에 맞는 사람이 저절로 오기 마련이란 것을 이때 배웠다. 노력하지 않아도 그들과 있으면 편했고, 조그마한 것에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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