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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성 Apr 07. 2022

57. [책 리뷰]해 질 무렵 안개정원(2)

전쟁 피해자들을 위한 치유 소설.

(좌) 윤 링, (우) 아리모토

등장인물


 주인공 윤 링은 중국계 이민자입니다. 부모님을 따라 언니와 말레이시아에 오게 됐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말레이시아가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게 되자, 아버지는 일본 천왕에 반기를 든다. 일본 정부는 그에 대한 보복으로 두 자매를 수용소로 끌고 간다. 일본어를 조금 할 수 있었던 윤 링은 일본 장교의 잔심부름을 한고, 언니는 위안부가 된다. 이 둘은 고통의 시간 속에서 희망을 키운다. 언니는 일전에 일본 여행에서 본 일본식 정원을 가꾸는 꿈 꾼다. 그들은 수용소에서 나가면 정원을 만들자고 동생과 약속을 한다. 시간이 흘러 일본이 전쟁에서 패하고, 자신들이 한 일을 숨기기 위해 수용자와 수용소를 흔적도 없이 몰살시켜 증거 인멸한다. 운 좋게 혼자 살아남은 윤 링은 언니를 구하지 못한 죄책감에 유골이라도 찾기 위해 고군분투를 한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그녀는 언니의 꿈인 일본식 정원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아버지의 지인 매그너스가 살고 있는 마주바에 과거 일본 천왕의 정원사였던 아리모토가 살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듣게 되고 그를 만난다. 과거 일본에게 전부를 잃은 그녀는 일본인 아리모토를 혐오한다. 하지만 그의 내면을 알아가면서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다.


 아리모토는 과거 일왕의 정원사이면서 타투 아티스트이다. 소설 속에서 굉장히 미스터리한 인물로 그려진다. 일본이 저지른 잔혹한 일들에 죄책감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의 고향이고 충성을 맹세한 적이 있는 일본을 증오할 수도 없어서 갈팡질팡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윤 링의 다정한 여인이자 선생으로 고통스러워하는 그녀를 다독이기보단 상처를 간직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그녀의 상처에 타투를 해주며 일본식 정원을 대신 만들어주기보다 방법을 가르쳐준다. 


 세 번째로 중요한 인물은 네덜란드계 이민자 매그너스이다. 의아해하실 수도 있지만, 현재 말레이시아에는 아프리카의 보어전쟁의 피해자로서 말레이시아에 정착한 네덜란드계 백인들이 상당히 많다고 한다. 그것의 대표되는 인물이 바로 이 매그너스이다. 그는 제2차 보어전쟁은 1899년에 발발했을 당시 가족들을 모두 잃고 혼자 살아남았기 때문에 누구보다 윤 링을 잘 이해하는 인물이다. 


 매그너스가 윤 링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망각과 관련된 것이다. 상처를 안고 항상 기억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자신에게 계속 고통을 안겨준다는 것이다. 과거는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매그너스는 고통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기보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앞을 향해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기억과 망각이라는 키워드는 소설 구조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소설은 현재와 과거를 오간다. 현재 판사를 은퇴한 윤 링이 마주바로 돌아오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현재의 그녀는 기억이 서서히 사라져 가는 병에 걸려 있다. 추억이 담긴 장소와 물건들을 걷고 만지면서 과거의 기억들이 떠오르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이 소설을 보고 느낀 점이라고 한다면, 나는 한국인이기에 한국과 일본의 갈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윤 링이 가지고 있는 일본의 혐오를 직접 당해보진 않았지만 공감할 수 있었다. 전쟁 때의 기억으로 아직도 고통을 겪고 계신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2~3세대가 지나고 나면 그것의 기억은 미미해져서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끊임없이 과거의 기억을 담은 작품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탄 트완 엥의 소설은 기억해야 할 말레이시아의 상처를 담겨있다. 또한, 작품 속에는 대영제국에 반기를 든 예이츠의 시를 등장시키는 등, 식민역사가 남긴 다른 나라의 작품이 등장하기도 한다. 


 나는 과거 일본이 한 일에 대해서 그들을 혐오하고 차별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문학, 그림과 영상 같은 예술로 남겨서 과거의 실수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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