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히 줄거리 소개.
오늘 리뷰하고 싶은 작품은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떠나보내지 마’입니다. 영화 '네버 렛 미 고(Never Let Me Go)의 원작 소설로 더 잘 알려진 작품입니다. 저는 우연한 기회로 이시구로의 ‘클라라와 태양’이라는 작품을 읽고 감명 깊게 보고 다른 작품을 찾다가 알아낸 소설입니다. 복제인간이라는 소재는 이미 잘 알려진 소재여서 어떻게 풀어낼까 궁금하기도 했는데, 인간이 가지고 있는 믿음과 희망, 동물 복제의 윤리적인 면, 소외된 사람들의 복지문제같이 여러 사회문제들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입니다.
이 책을 1990년대 영국을 시대 배경으로 설정하고 있다. 현재의 캐시가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따라서, 1990년대 27살의 캐시의 주관적인 시점으로 바라본 1978년 당시에 벌어진 일들에 대한 회상, 그녀의 생각과 짐작에 대한 묘사를 우리가 읽을 수 있고, 그녀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소설 초반의 배경은 헤일셤이라는 클론(복제인간)을 양성하는 기숙학교이다. 클론들은 8세 이후부터 18세까지 영국의 클론 기숙학교에 무작위로 배정받는 듯 보인다. 주인공들은 소녀 캐시와 루스 그리고 소년 토미이다. 이들 셋은 단짝 친구인데, 루스와 토미는 연인 사이이고 캐시는 토미에게 약간 마음이 있으나 친구의 애인이니 그냥 위성처럼 그들의 좋은 친구로 주변을 맴돈다.
소설의 독특한 설정은 이들은 학교에서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되는지 교육받으면서 자란다. 이들은 18세가 되면 다른 클론들과 헛간에서 생활하다가 인간에게 장기이식을 계속해주다 죽는다는 운명을 아주 어릴 적부터 듣고 교육받기에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조차 알지 못한다. 학교의 교육 내용의 대부분은 좋은 장기기증자가 되기 위한 행동 방침이 있다. 예를 들어, 술과 담배는 멀리하고 몇 년 동안은 인간사회에 섞여 살아야 하기 때문에 카페에서 주문하는 방법 같은 생활방식 같은 것이 있다. 내 입장에선 그들의 처지가 정말 가슴 아팠지만 이들이 자신들의 운명에 시큰둥하니까 더 강렬하게 다가온 것도 있었다. 초반부는 기숙사를 배경으로 그리고 후반부는 인간사회로 나와서 장기이식 차례를 기다리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리고 있다.
아무리 복제인간이라고 하지만 하는 행동은 물론 인간이고, 헤일셤 기숙사는 인간사회의 축소판이다. 이 세명의 주인공은 집단 내에서 각기 다른 행동을 취하며 살아간다.
루스 같은 경우는 몇몇 무리의 리더가 되어서 다른 이들의 부러움을 받으려고 굉장히 노력한다. 그녀는 거짓말을 서슴없이 하며 마친 쿨한 척, 당당한 척, 아닌 척하는 그녀의 태도를 보고 있으면 굉장히 얄밉기까지 하다. 더군다나 토미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지만 루시에게 뺏기고 싶지 않아서 토미와 연인이 되기까지 한다.
토미는 아웃사이더 기질이 다분하다. 자신이 친구들 무리 안에 들어가지 않음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가끔 하는 장난과 별난 행동들은 그를 어리숙한 아이처럼 보이게 한다. 자신이 그림을 잘 못 그린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난 뒤, 노력도 하지 않고 나이에 맞지 않는 그림을 그려버리며 자존심을 세우고 세상과 등지고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 누구보다 사람의 관심이 고프고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을 놓지 않는 소년 같은 인물이다.
캐시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화자이자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인물이다. 그녀는 관찰력이 뛰어나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논리적으로 곱씹으며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유일한 인물처럼 보인다. 클론들 사이에서 떠도는 '예술품으로 자신이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증명한다면, 장기이식 몇 년간 면제시켜준다.'는 것이 후반에 가면 단순한 루머인 것으로 밝혀진다. 하지만 그녀는 토미와 루스가 장기이식으로 목숨을 빼앗긴 이후에도 꽤 오랫동안 살아남아 있는다. 그녀는 자신이 사랑에 빠졌다거나 클론에게도 인간의 감정을 느끼는 영혼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 소설로 증명해 낸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