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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성 Apr 12. 2022

63. [시]푸른 도화선 속으로 꽃을 몰아가는 힘(2)

토마스 딜런의 자연.

푸른 도화선 속으로 꽃을 몰아가는 힘이.

(The force that through the green fuse drives the flower.)


1.

푸른 도화선 속으로 꽃을 몰아가는 힘이 

푸른 내 나이 몰아간다; 나무들의 뿌리를 시들게 하는 힘이 

나의 파괴자다. 

하여 나는 말문이 막혀 구부러진 장미에게 말할 수 없다

내 청춘도 똑같은 겨울 열병으로 굽어졌음을. 


-4행에서 ‘구부러진 장미’의 구부러짐은 늙어가는 장미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5행의 자신의 '청춘'도 굽어졌다고 말한다. 또한, '겨울 열병'은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과 같은 상반된 이미지를 하나의 단어로 제시한다.


2.

바위틈으로 물을 몰아가는 힘이 

붉은 내 피를 몰아간다; 모여드는 강물을 마르게 하는 힘이 

내 피를 밀랍처럼 굳게 한다. 

하여 나는 말문이 막혀 내 혈관에게 입을 뗄 수가 없다

어떻게 산 속 옹달샘을 똑같은 입이 빠는지를. 


- 두 번째 스탠자에서 “모여드는 강물을 마르게 하는 힘”의 물 안의 돌과 강들이 흐르는 것을 “내 피를 밀랍처럼 굳게 한다. ‘피’를 자연의 '강물'과 연결시켜 강이 흐르는 이미지와 혈관에서 피가 흐르는 두 이미지가 동일시하게 하였다. ‘굳게 한다'는 마르게 하고 쇠퇴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자연의 광산과 인간 몸의 ‘혈관’를 동시에 가리키고 있다.


3.

웅덩이의 물을 휘젓는 손이 

모래수렁을 움직인다; 부는 바람을 밧줄로 묶는 손이 

내 수의(壽衣)의 돛폭을 잡아끈다. 

하여 나는 말문이 막혀 목 매달린 자에게 말할 수 없다

어떻게 내 살(肉)이 목을 매다는 자의 석회가 되는지를. 


- 세 번째 스탠자에서 ‘모래 수렁(The quicksand)’는 빠른(quick)이라는 유동적인 형용사와 움직이지 않는 모래로 굉장히 흥미롭게 쓰인 단어이다. 이 단어는 모래시계와 같이 빠져서 내려가는 하상의 이미지를 가지면서 시간의 유동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그 빠져나가는 모래들은 지나가는 동시에 아래에 모이고 쌓이면서 움직이지 않는 영원성을 갖게 된다. 이것으로 화자는 시간의 연속성과 비연속성 혹은 지나감과 영원성을 동시에 설명해주는 좋은 단어라고 생각한다. ‘(목 매달린 자) Hanging man’이라는 단어가 이 스탠자에서 굉장히 눈에 띄는데, 밧줄에 목이 걸려 있는 사람의 이미지와 자궁 속의 아이가 엄마의 ‘탯줄 rope’에 연결된 생명의 이미지가 각인시킨다.  


4.

시간의 입술이 샘물머리에 붙어 거머리처럼 빨아 댄다;

사랑은 방울져 모인다, 그러나 떨어진 피가 

그녀의 상처를 달래 주리.

하여 나는 말문이 막혀 기상(氣象)의 바람에게 말할 수 없다,

어떻게 시간이 별들을 돌며 똑딱똑딱 천국을 세는지를.


- 네 번째 스탠자에서는 아이의 탄생과 연관할 수 있는 구절들이 많이 등장한다. ‘time’이라는 것은 생명의 지속, 연장과 관련이 있으며 ‘거머리(leech)’라는 단어를 동사로 사용하여 태아가 자궁 속에서 영양분을 공급받으며 에너지를 얻어 생명을 얻으면서 동시에 죽음이라는 인간의 필연적인 종착지로 향하는 것을 보여준다. ‘기상(a weather)’은 계절의 변화로 그 시간들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게 해주는 자연의 시간이다. 화자는 자연의 방식으로 시간의 경과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두 번째 행에서 ‘떨어진 피(the fallen blood)’는 죽음이라는 이미지와 아이를 잉태하는 어머니의 피로도 암시될 수 있어서 죽음과 탄생을 동시에 그릴 수 있다. ‘그녀의 상처를 달래 주리. (Shall calm her sores)’에서 엄마의 고통과 상처는 곧 생명의 잉태와 연결된다. 이 엄마는 아이의 탄생에 황홀함을 느끼며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입장에서 그것은 곧 ‘천국(a heaven)’으로 별들이 반짝거린다. 그녀의 고통은 죽음으로 향하는 파괴를 향한 과정 속에서 아이를 잉태하는 엄마를 잘 그린 스탠자이다.   


5.
하여 나는 말문이 막혀 애인의 무덤에 말할 수 없다

어떻게 내 시트에도 똑같이 구부러진 벌레가 기어가는지를.


이 마지막 스탠자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무덤(tomb)’이라는 것은 죽음의 이미지라면 그와 비슷하게 대비되는 것은 ‘벌레’으로 생명을 이미지로 나열되고 있다. 

 ‘구부러진(crooked)’된 것은 ‘벌레(worm)’이며 첫 번째 스탠자에서 나오는 ‘구부러진 장미(the crooked rose)’로 총 두 가지의 휘어진, 기울어진 것이 등장한다. 전통적인 해석에서 본다면 장미는 여성성을 상징하며 ‘예수(Christ)’를 말하고 벌레는 남성성을 상징하며 ‘악마(Satan)’를 말하고 있다. 선과 악, 남과 여는 모두 구부러지고 휘어진 자연의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도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 우리는 절대적인 선도 절대적인 악도 아니며 상황에 따라 우리의 이익이 가는 쪽으로 움직이기 마련이다. 그것은 자연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곧 자연의 일부이고 우리가 곧 자연이다. 자연에는 좋은 것이나 나쁜 것에 대한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일어나고 존재하고 사라진다. 나무는 영양분을 얻기 위해 땅을 뚫고 하늘로 상승하며 땅바닥을 하강하여 뿌리를 내린다. 물은 흘러 바다로 하강하고 발발되어 하늘로 상승한다. 삶과 죽음도 마찬가지이다. 그것이 자연의 순환 법칙이다. 우린 언젠가 죽을 것이고 그걸 위해서 내일을 향해 갈 것이다. 언제는 무언가를 얻는 날이 올 것이고 잃는 날도 있을 것이다. 사랑으로 주저앉는 날과 사랑으로 다시 일어서는 날이 올 것이다. 그것이 딜런이 이야기하려고 하는 인생의 법칙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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