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프로스트의 인터뷰를 통해서.
사과를 딴 뒤에(After Apple-Picking)
긴 사닥다리의 두 끝은 나무를 통해
하늘을 향해 아직도 뻗어 있고
그 옆에는 아직도 비어있는
통 하나가 놓여 있으며, 어느 가지에는
아직 따지 않은 사과 두세 개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만 따렵니다.
겨울잠의 향기가 밤에 퍼집니다.
사과의 냄새-나는 졸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물통에서 걷어낸 얼음으로
서리 맞은 풀의 세계를 바라보았을 때
내가 느꼈던 이상스러움을
내 눈에서 지워버릴 수가 없습니다.
그 얼음은 녹아서, 떨어졌고 깨졌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떨어지기 전에
이미 꽤 잠에 빠져 들어 있었습니다.
내 꿈이 어떤 형태를 취하게 될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확대된 사과들이 나타났다 사라집니다.
줄기 끝과 꽃 끝,
그리고 적갈색의 빨간 사과의 모든 흠집(점)들이 뚜렷이 나타납니다.
내 둥근 발등은 여전히 아플 뿐 아니라
사닥다리 가로장의 압력도 받고 있습니다.
나는 가지들이 휘어질 때 사다리가 흔들거리는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지하실 창고에서 들려오는,
쏟아지는 수많은 사과들의
구르는 소리를 듣습니다.
사과 따기를 너무 많이 한 때문이리라,
내 자신이 원하던
풍작에 지쳐 버린 것입니다.
수만 개의 과일을 만지고,
손에 소중히 쥐고, 따내고, 떨어뜨리지 않으려 했습니다.
왜냐하면 땅에 떨어진 것은
흠집이 생기지 않거나 그루터기에 찔리지 않을 경우에도
무가치한 것으로
틀림없이 사과주를 만드는 사과더미로 보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나의 이 잠을 뒤흔들어 놓을지는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잠이 어떤 잠이건 간에, 들쥐가 가지 않고 있다면,
그 들쥐는 내가 묘사한 바
오고 있는 나의 이 잠이 자기의 긴 잠과 같으니
아니면 그저 인간의 어떤 잠일 뿐인지를 말해 줄 수 있으리라.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는 20세기에 미국 북동부 지역의 뉴잉글랜드(New England)에서 생활하며 시골 생활에 대해 사실적인 묘사로 많은 시를 남겼으며, 보편적이고 소박한 자연의 생활로 일차적인 의미에서 이야기를 끌고 가나 그 뒤에는 복잡한 사회문제나 철학적인 혹은 인간 노통의 문제들을 담기도 하였다. 그는 시를 통해 기계화와 도시의 발달로 복잡성 및 불확실성을 안고 살는 현대인에게 자연의 삶이 인간이 살아야 할 삶이라고 말한다. 이렇듯 그의 작품 안에서 등장하는 자연은 그가 느낀 삶의 철학을 함축하는 상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사과를 딴 뒤에“시는 개인마다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작품이기 때문에 본 포스팅은 지극히 제 개인적인 해석이라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실제로 프로스트는 인터뷰에서 “’사과를 딴 뒤에’에서 2행의 ‘하늘을 향해 뻗어 있다.’라는 구절로 보아 이 시가 죽음에 관한 것이냐는 질문에 “잔상에 따라 다르다. (It’s just a matter of afterimagery)“라고 답하였다. ‘잔상(afterimage)’는 ”외부 자극이 일어난 뒤에 남아있거나 되돌아오는 이미지 또는 감각(an image or sensation that stays or comes back after the external stimulus has been withdrawn)“이다. 각자가 시구절을 구성하는 단어를 접했을 때, 살아온 환경과 느끼는 감정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떠올리는 이미지도 달라진다. 프로스트는 자신의 시가 (모든 문학이 그렇듯이) 특정한 해석만이 존재하지 않음을 언급하였다.
프로스트는 시에 대해 “과학적이라기 보다 신화적이시만 진정한 지식은 과학이나 종교가 아니라 신화이다. 에덴은 사과가 너무 많다. (less from science than mythology, True knowledge is myth, not science or religion. Eden is just so many apples.)”라고 말하였다. 단순히 이야기하자면 하나의 사과나무가 시라고 할 때, 가지에 메달린 수많은 사과중에 오직 내가 볼 수 있는 몇 개가 제일 크다. 그러니까 그것으로 나는 사과나무 전체를 해석할 수 있다는 생각은 오만이다라고 볼 수 있겠다.
문학작품을 읽는 이유는 떠오르는 자신의 감각에 집중하여 종이 위의 단어와 그 단어와 연결된 내 머릿속의 이미지 사이의 틈을 채우면서 시인이 바라본 삶의 철학이 내 인생 철학에 스며들어 내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지 고민하고, 나만의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포스팅에는 개인적인 해석을 올리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