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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성 Apr 22. 2022

73. 버드나무 정원 아래서(1)

숭배되는 여신.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아일랜드의 노벨문학상 시인,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는 그의 유명세와 더불어 50년간 모드 곤(Maud Goonne)이란 여성을 짝사랑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녀에게 끊임없이 구애를 하면서 거절하는 그녀를 마음속으로 떠나보내지 못하며 지은 시가 50편이 넘는다고 한다. 나무도 열 번 찍으면 다 넘어간다는 옛 속담은 그냥 속담일 뿐이었을까, 그녀는 어째서 수차례나 거절하고 다른 남성과 결혼했으면서도 그와 계속 연락을 했을까? 


   

모드 곤


 모드 곤의 어머니는 그녀가 5살 때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영국군 대위였던 아버지를 따라 아일랜드, 영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생활해야만 했다. 그녀가 스무 살이 됐을 당시, 1886년에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고 그녀는 프랑스 변호사이자 저널리스트와 10년 동안 동거(결혼은 하지 않았다)를 하며 둘 사이에 아이 2명을 낳고, 첫째는 후에 사망한다. 


 모드 곤은 당시 아일랜드의 독립을 위해 해방운동을 하던 여성이었고, 예이츠도 독립운동에 동참하면서 이 둘은 좋은 친구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그녀의 투쟁심과 용기에 반한 예이츠는 청혼하지만 모드 곤은 거절하고 존 맥브라이드라는 군인과 결혼한다. 하지만 가정폭력에 시달린 그녀는 결국 이혼을 하게 되고, 당시 이혼을 한 여성에 대한 아일랜드인들의 인식이 좋지 못하여 영국으로 도망간다. 


 모드 곤은 아일랜드 민족운동과 정치에 적극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녀는 독립을 위해 폭력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주체적인 여성이었던 반면 예이츠는 정치적이고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상반된 주장을 하였다. 예이츠와 모드 곤의 신념과 사상은 이처럼 양극단에 있었다. 모드 곤의 애인과 남편들은 직업은 변호사이자 저널리스트 그리고 군인이었다. 이것은 어떤 목적 앞에 적극적으로 파고드는 그녀의 성격과도 비슷한 면모를 보이는 직업인 한편, 시인이자 자연과 비폭력을 주장한 예이츠는 그 결을 달리하고 있기에 둘은 함께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그녀가 예이츠에게 쓴 편지에서 그녀의 정중한 거절과 함께 그녀가 왜 그와 결혼할 수 없는지 짧게 언급한다. 



 네, 당신은 행복해요. 왜냐하면 당신이 행복이라고 부르는 것 그리고 당신이 행복한 곳에서 아름다운 시를 쓰고 행복을 느끼잖아요. 결혼이란 재미없고 따분한 일 일거예요. 시인들은 절대 결혼해선 안돼요. 세상은 제가 당신과 결혼하지 않은 것에 감사해할 거예요. 
  Oh yes, you are, because you make beautiful poetry out of what you call your happiness and are happy in that. Marriage would be much a dull affair. Poets should never marry. The world should thank me for not marrying you. 


 모드 곤은 시인으로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왜냐하면 시인은 가장 이상적인 세상을 꿈꾸며 기사, 군인 그리고 변호사에 비해  직접적인 행동을 취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피를 흘리며 투쟁하는 투사가 아닌 방구석에 앉아 단어 하나하나를 가다듬으며 창조되는 세계는 적극적인 모드 곤과는 너무 달랐던 것이다. 


 또한, 그녀는 '시인들은 결혼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대목에서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시인들은 '어떤 대상'을 보고 느끼며 자신의 경험과 감각을 동원해 단어로 변환해 적는다. '현실의 대상'을 보기보단 '내가 보고 느낀 대상'을 보는 것이다. 예이츠의 시 속에서 모드 곤은 그녀를 흠모하는 강렬한 감정만큼이나 이상적이며 아름다운 여신과 같은 이미지로 표현되어 있다. 그것을 본 모드 곤은 예이츠의 환상을 결혼을 통해 자신의 본모습을 보게 하고 싶지 않았던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녀의 답신에서처럼 결혼에 성공했다면 예이츠가 50편이나 되는 절절한 사랑에 대한 시를 만들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버드나무 정원 아래서'는 예이츠가 1889년에 출판된 ‘오이진의 방황 그리고 다른 시들'(The wanderings of Oisin and Other Poems)’ 시집에 수록돼 있다. 1889년 1월에 23살이었던 그가 모드 곤을 처음 만났다. 출판된 날짜와 그녀를 만난 날이 묘하게 겹치는 부분이 있다. 그가 모드 곤을 상상하며 이 시를 썼는지 아닌지는 확인된 사실이 아니지만 이 시를 통해 그가 사랑하는 여성을 어떤 방식으로 바라보는지 볼 수 있다. 

 

 더블린의 트리니티 대학의 고전문학 교수, 제파즈(A. Norman Jeffares)의 논평에서 예이츠는 모드 곤을 만나기 전부터 마음속에는 현실과 동떨어진 상상의 이상화된 여성상이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하였다. 아래는 예이츠의 취향에 대한 그의 해석이다. 

      

여성과의 사랑의 문제에 관한 한, 그는 마음을 흥분시키는 특별한 여성을 사랑하고자 하는 욕망을 지니고 있었다. 예이츠 자신이 특별했기에 그의 사랑도 특별해야 했다. 그 여성은 법을 초월한 야성적 여성의 자질을 갖춘 영웅적인 여성이어야 했다. ('남성과 시'의 일부분 발췌)
In love with love, he had a desire for an exciting and unusual woman to love. Because he was different himself, his love should add to his distinction. She was to have some of the qualities of those wild women, heroic and lawless. (Man and Poet)     




버드나무 정원 아래서. (Down by the salley gardens)


Down by the salley gardens, my love and I did meet.

버드나무 정원 아래서 내 사랑과 나는 만났습니다.

She passed the salley gardens with little snow-white feet

그녀는 눈처럼 희고 작은 발로 버드나무 정원을 지났었죠.

She bid me to take life easy, as the grass grows on the weirs

언덕 위에 풀들이 자라듯 인생을 느긋하게 살라고 했지만

But I was young and foolish

그 때 나는 젊고 어리석었기에,

And now, I am full of tears.

지금은 눈물이 가득합니다.


Down by the salley gardens, my love and I did meet.

버드나무 정원을 아래서 내 사랑과 나는 만났습니다.

She passed the salley gardens with little snow-white feet

그녀는 눈처럼 희고 작은 발로 버드나무 정원을 지났었죠.

She bid me to take love easy, as the leaves grow on the tree

그녀는 내게 나무에서 나뭇잎이 지라는 것처럼 느긋하게 사랑하라 했죠.

But I being young and foolish

하지만 그 때 나는 젊고 어리석어서

With her, I did not agree

그녀의 말을 곧이 듣지 않았습니다.


But I was young and foolish

그 때 나는 젊고 어리석었기에,

And now, I am full of tears. 

지금은 눈물이 가득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시를 분석해 보며 그가 상상한 이상화된 여인이 어떻게 묘사됐는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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