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할 땐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라.
날씨가 좋은 일요일, 애인과 점심을 먹고 헤어지면서 집으로 향했다. 거리에 사람도 많지 않아서 40분 정도 거리를 걷기로 했다. 햇살도 맞으면서 여기저기 화려하게 핀 꽃들을 보며 걸으면 좀 마음이 편해지겠지 생각이 들었다. 평일 내내 열심히 논문을 썼으니까 일요일만이라도 좀 마음 편히 쉬자고 다짐했건만 걷다 보니 어느새 내일 뭘 해야 할지 계획을 세우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팟캐스트라도 들으면서 걸으면 집중하느라고 다른 생각은 못하지 않을까 하다가 바람소리와 새소리 그리고 환경에서 만들어내는 주변 소음에 집중하는 게 조금 더 나을 것 같았다. 이 방법은 담마 코리아 명상센터에서 10일 코스로 있으면서 배운 방법이다. 센터에 있는 동안 먹고 마시고 명상에만 집중하며 책이나 음악, 핸드폰은 입소할 때 맡겨놓고 퇴소할 때 돌려받는다는 규칙이 있기 때문에 그 10일 동안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게다가 사람들과 말을 하지 않는 침묵 수행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오롯이 나와의 내면 대화만 가능하다. 이 당시 유일하게 가능했던 운동은 걷기였다. 나는 센터의 같은 길을 계속 걷고 또 걸으며 나무를 보기도 하고 꽃의 개수를 세보기도, 새소리를 듣거나 흙의 색이나 새싹이 자라는 소소한 것을 관찰했다. 그것은 확실히 마음의 평온을 느끼는데 도움이 됐다.
그 방법은 나를 현재에 존재하게 만들었다. 내일 내가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고민한다고 해서 그 문제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내일 해야 할 일은 내일 그냥 하면 된다. 오늘의 걱정은 아무 쓸모가 없다.
물론 명상센터는 시골에 있기 때문에 자동차나 사람의 소음 같은 자극이 없는 곳인지라 조금 더 자연에 집중할 수가 있었지만 도시는 다르다. 그래서 나는 사진을 찍으며 주변을 관찰하기로 했다. 이 방법은 나에게 도움이 많이 됐다. 구도, 밝기와 피사체를 찾는 과정에서 나는 현실의 내 주변을 관찰하고 자연 속의 조그마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앞으로 한 달을 어떻게 지내야 할지, 내일모레 시험은 어떻게 해야 할지, 논문은 지정된 날짜까지 완성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쓸데없는 고민은 접어두고 자연이 인간에게 준 아름다운 순간들을 하루하루 느끼며 살아가자고 되새긴다. 우린 기분 전환하러 유명한 산에 가야 하는 것이 아니고 세계 반대편으로 여행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태양이 주는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가로수를 보고 도로 사이에 기어코 피겠다고 아등바등 피어나는 풀들은 그들의 생활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조금만 둘러보면 자연의 경이로움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