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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 Aug 04. 2023

쿠크다스 멘탈을 소유한 사람

쿠크다스 멘탈을 아시나요?



인간관계란, 시계토끼를 따라 굴로 들어가며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떨어졌던 앨리스처럼 정말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데려가고는 했다.

의도치 않았다고 한들 이미 쏟아져버린 물을 주어 담을 수도 없기 때문일까, 늘 그 쏟아진 물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한 얼굴로 바라봐야만 했다.




그만두면 끝일 회사 상사에게, 어쩌다 마주치는 애정 없는 친척에게, 웃으면서 열받게 하는 빙그레 쌍년에게,
아닌 척 머리 굴리는 여우 같은 동기에게, 인새에서 아무것도 아닌 존재들에게 더는 감정을 낭비하지 말자.
-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 김수현

정말 이상하지 않은가? 타인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은 삶을 살려고 하지만, 이상하게 ‘늘’ 그 안에서 맴돌면서 신경을 써야 했다.
특히나 8년 전의 나는 그랬다. 늘 그 안에서 쏟아진 물을 바라보며 패닉상태에 빠져 혼란스러워하기 바빴다.
나를 돌아볼 시간을 찾지 못해 상처받아도 끙끙 앓기만 하고 회복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쿠크다스 멘탈’의 소유자였으니까.





쿠크다스는 질감이 약하고 두께가 얇은 과자라서 아주 약한 힘에도 쉽게 부서진다. 중심을 잡으려고 하지만 잡지 못하고 쉽게 흔들리고 부서지는 그 모습을 과자에 빗대서 우리는 쿠크다스 멘탈이라고 표현한다. 특히 간호사를 처음 시작한 나에게는 모든 환경이 내 멘탈을 좌지우지하기 너무 쉬웠다.


3교대를 생활하면서 다음 사람에게 인계가 넘어가야 제대로 일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에 민감해졌다. 그리고 통증 때문에 누구보다 날 서있는 사람들이 조금 더 편안해질 수 있게 세심한 부분까지 살펴야 했고, 일을 배워야 하기 때문에 선배나 병동 환경 등에 틈에서 조금 더 적응하기 위해 관심을 기울여야 했다. 분위기만 살펴도 공기의 흐름을 잡아냈던 그 예민함의 크기는 '신규 간호사'라는 타이틀에 맞게 점점 더 커져 가면서 나를 옥죄어 왔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지 무던했던 성격이 상대적으로 날 서있는 예민한 성향을 가라앉혀서 상대적으로 무난한 시작을 할 수 있었다.



무던한 성격이 잘 버텨준 탓일까, 아니면 병동 특성에 잘 젖어들어서일까, 사람들이 무난해서 그랬던 것일까, 내 멘탈은 겉보기에는 나름 ‘강화유리‘까지는 아니어도 그에 버금간다고 착각을 하게 됐다. 얼마든지 모든 상황에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불러왔다. 그래서  일을 하면서 한 번씩 날카로운 가시들이 곳곳에 분포되어 있어 찔리고 통증을 호소해도, 가시 정도라면  금방 치료할 수 있으니까-라는 안일하고 무던한 대처들이 나를 방치하기에 이르렀다. 그 안일함은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더 가질 수 없게 만들었고, 그렇게 나는 연고지를 따라 새로운 곳으로 이직하게 됐다.



이직할 때까지는 몰랐던...



이직을 준비하면서 구직 사이트를 통해 이곳저곳을 찾던 도중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던 찰나에 친구가 소개해준 병원에서 일하게 됐다. 사람들이 무난하고 나쁘지 않다는 말을 너무 믿었던 것일까, 아니면 첫 시작이 그래도 상대적으로 무난했기 때문일까? 간호사에게는 늘 '태움'의 문화가 존재하고 있었는데 겪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겪지 않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던 것이 문제였을까? 가벼웠던 시작이 점점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워질 줄은 그 시작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새로운 곳에 적응을 하며 사람들과 어울리기 시작했을 때는 겉으로 보이는 것에 신경 쓰기 바빴다. 외적으로 드러나는 모든 것들이 그 사람의 '내면'에서부터 나오는 것인 줄 알았다. 그래서 친해지면 계속 친한 줄 알았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뭐든 솔직함이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했으니 표정관리가 잘 안 되는 것도 온전히 '나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솔직하게 표현할수록 조금 더 사람들과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했고, 내 이야기를 많이 할수록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지기 때문에 더 좋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는 이미지일 뿐이었는데, 가면 속의 그 얼굴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 모든 것이 착각이었다는 것을 그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그로 인해 인간관계에 관련해 걷잡을 수 없는 어려움 속에 빠질 것이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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