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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 Aug 14. 2023

인간관계가 어려운 나

내가 뭘 잘못했던 걸까?


쏟아진 물만 바라보며 망연자실하게 잘잘못을 가리려고만 했다. 누가 테이블 끝에 컵을 놔뒀나, 컵이 있는 걸 발견하지 못하고 왜 컵을 건드렸나.  


쏟아진 물을 닦고 깨진 조각들을 빨리 치우면 될 것을.





“엄마. 나 진짜 너무 힘들어.. “

깊숙한 곳에서 터져 나온 감정은 방울방울 눈물로 쏟아졌다.


오전 8시에서 9시 사이.

누군가는 출근을 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그 시간에 나는 집에 가기 위한 버스를 타러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는 횡단보도 앞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의아한 눈길로 쳐다봐도 눈물을 쏟아내기 바빴다.


언제부터였을까. 퇴근길이 항상 눈물로 젖어서 가게 된 건. 분명 처음에는 아니었다. 출근하는 길이 마냥 재밌었던 건 아니어도, 발걸음이 이렇게까지 무겁지는 않았었다.



어느순간 그 곳으로 데려다주는 버스가 싫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이 맞는지, 일이 제법 익숙해질 무렵 차지트레이닝을 받게 됐다. 간호사는 팀간호와 펑셔널의 근무체재가 있는데 내가 다니는 병원은 펑셔널로 근무를 했다.


펑셔널은 액팅과 차지가 따로 있었는데, 액팅(acting)이란 수액처치, 투약, 주사, 혈당 측정 등 환자에게 수행하는 일을 하는 것이고 차지(charge)는 처방을 확인하고 입력하고 수술 및 입/퇴원 등 전반적인 업무를 확인하고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다르게 팀간호는 내 담당 환자가 있어서 액팅과 차지를 같이 하는 것을 말한다. 어쨌든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차지트레이닝을 받아야 했다.


처음부터 실수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당연히 실수는 늘 따라왔지만 선생님들의 배려와 다정함으로 조금씩 실수를 줄여가면서 배워가고 있을 무렵,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시작은 인사였다.

어느 순간, 수선생님이 인사를 해도 잘 받아주지 않았다. 병동 선생님들 전체적으로 그런 것이 아니다 보니 그 미세한 틈을 놓치고 말았다. 다정한 편은 아니었지만, 책임감이 강하고 일적으로 배울 점이 많았던 분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무뚝뚝한 성향으로 그러시는 거겠지라고 넘겨짚었다. 바보같이.


수선생님의 인사는 정말 시작에 불과했다는 걸. 차지트레이닝 안에서 배움이라는 명목하에 시작된 싸늘한 분위기와 날 서있는 표현들. 그 속에서 늘 덜덜 떨리는 목소리와 하얗게 변한 머리를 부여잡고 긴장된 상태로 인계를 해야 했다. 딸깍하는 볼펜소리가 들릴 때면 그 안에서 늘 작아지고 작아져야 했다.



“나도 수선생님한테 많이 혼나. 인계하는 거 무서워 진짜.”


인계시간만 되면 긴장이 되고 무서움에 질려 친구에게 털어놓았다. 친구의 대답에 안도감이 찾아왔다.


아..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그래, 그럴 수 있지. 무서운 분위기 속에서 배울 수도 있지. 차지트레이닝은 처음이었고, 실수가 잦으면 안 되는 직업이기에 경각심 가지라고 매섭게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표현만 그러신 거겠지. 내가 미워서 그러는 건 아닐 테니까. 좋게 좋게 긍정회로를 돌렸다.



그런데.. 분명 무섭다고 얘기했는데, 수선생님과 농담 섞인 장난을 주고받으며 이야기하고 있는 걸 보면서, 나와 다르게 인사를 받아주는 모습을 보면서 의문이 들었다. 왜..? 대체..?





그 싸늘했던 모든 순간들이 착각이 아니었다는 걸. 다른 사람이 아닌 나한테만 그런다는 걸.


그 깨달음을 시작으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오늘은 또 얼마나 차갑게 지나갈 것인가.


인사를 어떻게 받아주는지에 따라 그날의 하루가 달라졌다. 스테이션에서 인사하는 나를 봤을 텐데도, 앞만 바라보고 눈도 마주치지 않고 차갑게 지나가는 날에는 더더 욱 숨 막히는 분위기 속에서 울음을 꾹꾹 참으면서 해야 했다. 어느 날은 정말 왈칵 울음을 터뜨려서 눈물 섞인 인계를 해야 했지만 나를 대하는 태도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렇게 숨 막히는 매일매일이 쌓여갈 때.. 내 귀에 이상한 얘기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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