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로 그림 그리기
오늘 계획은 나름 거창했다.
아침에 운동을 다녀와서, 운전해서 엄마를 데려다주고, 집에 와서 점심을 먹고, 책도 읽고 그림도 그리고..
역시 무리한 계획은 도움이 안 되는 걸까.
운동을 다녀와서, 바로 엄마를 데려다주고 집 와서 점심을 먹은 순간.. 그 뒤로 기억이 없다.
잠시 누워야지, 하다가 소파에서 그대로 기절하다시피 잠이 들었다.
체력이 떨어진 걸까, 아니면 너무 익숙해진 패턴 위에 낮잠이라는 것이 추가된 걸까.
지나가버린 시간을 뒤로하고 진하게 커피를 타와서 한 모금씩 마시면서 아직 몽롱한 잠을 몰아냈다.
"난 하고 싶지 않다."가 성공의 열쇠를 쥐고 있단다. 부자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중에서..
요즘 들어 더 하고 싶지 않다, 귀찮다는 말이 계속 입 밖으로 나왔다. 머릿속에는 온통 이거 해야 하는데, 저거 해야 하는 데로 시작해서 아 근데 하기 귀찮다로 끝났다.
게으름으로 가득 차버린 생각아래 무거운 몸을 움직이려고 하니 어렵게만 느껴졌다. 왜 이렇게 귀찮다고, 싫다고만 이야기할까. 그럼 내가 지금 하고 싶지 않은 건 대체 뭐지?
또 깊게 생각하려고 하니까 물에 젖은 솜처럼 머리가 무거워지는 느낌이다. 그래서 머리를 조금 가볍게 환기시켜 주기 위해 마카와 펜을 들었다.
펜으로 스케치를 그리고 마카로 색칠했다. 시원시원한 풍경이 그려지면서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아무 생각 없이 몰입하게 되는 이 시간이 모든 상념을 밀어버리는 것 같다. 어쩌면 지금 이렇게 그림을 그리는 것도 내가 무언가를 파고들려고 할 때, 회피반응으로 도피처처럼 찾게 되는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이 시간이 좋아서 하루의 계획 중에 꼭 넣게 된다. 아주 잠깐은 도피처처럼 사용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혼자 합리화하듯 답을 내려보지만, 그럼에도 내가 싫어하는 것들을 그리고 내가 하기 싫어하는 것들을 왜 하기 싫어하는지 귀찮다고 이야기하는지 그것도 또 파고들어야겠지. 그렇게 또 나를 알아가는 거니까.
하지만 어쨌든, 오늘의 그림도 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