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를 쌓기 위해 그린다는 것

화실에서 남긴 그림

by 유하



아침의 시작을 가볍게 열어주기 위해, 어제 미리 만들어놨던 야채과일샐러드를 냉장고에서 꺼냈다.

복숭아와 오이, 양배추, 그리고 방울토마토까지.

아삭아삭한 식감과 달콤한 맛을 넘기며 오늘의 할 일까지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늦었다며 빠르게 먹는 엄마의 속도에 맞추면 속이 불편해질 것 같아서 더 꼭꼭 씹었다.


항상 빠르게 먹어야 하는 식사시간에 오랫동안 머물러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에 비해 느리게 먹는 나의 속도까지 빨라지게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늘 그 끝은 더부룩함과 함께 찾아오는 편두통으로 체기를 맞이해야 했다. 항상 더부룩함으로 끝나게 되는 그 시간이 너무 싫어서 되도록 천천히 먹으려고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사람과 먹게 되면 꼭 내 위는 자신의 존재감을 잘 드러냈다.


그 뒤로 남기더라도 꼭꼭 씹어먹게 되는 습관을 만들어서일까, 먼저 일어나는 엄마를 보고서 더 꼭꼭 씹었다. 나도 화실로 출발해야 하는 시간이지만 오늘은 그래도 더 일찍 도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길에 내가 알고 있던 정보들을 섞어서 더 일찍 도착했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조금 여유를 가지다가 화실을 들어갔다.

지난번에 마무리가 아쉬웠던 육면체에 연필로 선을 긋다가 어색한 그림자를 해결하기 위해 선생님께 질문하고 다시 배웠다. 지난주에 분명 배웠고, 몇 주를 쉬다 온 것도 아닌데 선 긋는 게 어색해진 느낌이다.


육면체를 마무리하고 원기둥과 구를 그리면서 색을 칠하는데, 자세가 제대로 잡히지 않아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앞으로 손을 뻗었다 허리를 폈다 굽혔지만 결국은 끝나기도 전에 어깨가 제법 아팠다.


이리저리 뒤척이면서 그림을 그렸지만 훌쩍 지나가버린 2시간. 결국 마무리는 다음 주로 미루고 끝냈지만, 오늘 그림은 유독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어색한 그림자처리와 오늘따라 익숙하지 않은 어깨의 움직임, 색감이 조절되지 않는 손의 힘까지.

그날의 컨디션이 어떤지에 따라서 표현이 달라지는 것도 알고 있지만 익숙해진다는 것도 중요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표현하는 것에 대한 부족함으로 시작하게 된 기초단계. 기초 단계를 시작으로 내가 앞으로 어떻게 표현하게 될지, 그리고 그 표현이 가져다준다는 끝이 어떤 것일지 알 수 없다. 다만 이 기초 단계가 결국은 표현을 다듬어주면서 무엇인가를 그려낼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오늘도 불편한 어깨를 붙잡고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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