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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 Oct 18. 2024

올바른 방향을 가고 있을까

어떻게를 찾아야지


예쁜 카페 가서 글 쓰고 그림 그려야지.

라고 생각하고 잠이 들었는데, 눈을 떠보니 날이 흐린 것뿐만 아니라 비가 쏟아지는데..

정말 끝없이 쏟아지더라.


이 비를 뚫고 가기에는 예쁜 카페보다는 집이 우선이었다. 너무 귀찮았다. 슬그머니 어제 세웠던 계획을 뒤로 미뤄버리는 대신 책을 펼쳤다. 계속 읽어야지, 하면서도 미루게 되니까 차라리 빨리 읽어버리면 더 미루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때 글도 써버렸어야 하는데.. 조금 있다가 쓰지 뭐, 하던 글이 오늘이 마무리되기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다.


역시 미루는 건 답이 아닐지도.



질문의 방향을 틀어서 자신에게도 물어보자.
그 일을 하는 데 내게 부족한 점은 무엇인가? 기회를 붙들지 못하게 나를 막는 것은 무엇인가?
부족한 점은 어떻게 메꾸고 장애물은 어떻게 치울 수 있을까?

- 인간의 운명을 바꾸는 아비투스의 힘 / 도리스 메르틴 -



책을 읽으면서 달라진 것 중 하나는 생각의 흐름이었다. 질문이라는 건 다른 사람에게 해야 한다고만 생각했었다. 누군가와 친해지기 위해서, 누군가에게 모르는 것을 물어보기 위해서, 답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등 모든 답은 외부에서 구했다. 외부의 답이 무조건 옳은 답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질문이라는 것을 나에게 해본 적이 전혀 없었다.


나는 뭘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뭐가 필요한지, 심지어 뭐가 먹고 싶은지조차.

아무거나-라는 말이 편했고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춰야 된다고, 답은 다른 사람에게 미뤄버리는 게 제일 마음 편하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조금씩 나에게 질문하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어떻게 생각할까, 나는 멀 원할까, 뭘 원하기 때문에 어떤 방향을 향해 가고 싶을까 하고.


하지만 질문을 하는 게 나름 쉬워졌다고 생각했었지만 속으로는 지금의 상태에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던 것 같다. 답을 구하기 위한 질문을 하면서도 ‘어떻게’라는 방법을 구하는 질문을 한 적이 많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를 넣어서 질문을 해야지,라고 마음먹었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 방향인가?라는.


물론 퇴사를 하고 막연하던 생각들이 좋아하던 그림을 취미로 배우기 시작하면서 조금 잡혔다고, 내가 원하는 모습이 그려졌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대답을 하고 있었는데 그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그리고 있는 건, 독립된 나의 공간에서 반려묘를 키우면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싶다는 거였는데 내가 원하는 것이 그게 다일까? 나는 멋진 풍경을 눈에 담고 싶고, 많은 명화들을 만나러 다른 나라에도 가보고 싶고 그곳에서 느꼈던 것들을 풀어내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 내 가 그리는 이 방향이 맞나라는 흔들림이 느껴지는 건, 어떤 이유 때문일까.라는 고민이 생겼다.


너무 나만 생각하는 걸까? 가족을 생각하지 않아서? 돈을 생각하지 않아서? 나는 아직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걸까? 싶어서.


미약한 불안감이 바람이 돼서 이제야 자리 잡은 묘목을 흔들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묘목이 내가 키우고 싶은 게 맞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이 불안감을 더 자극하는 것 같아서, 그런데 그 불안감을 짐작할 수 없어서, 그 막연함에 어떻게라는 것을 붙이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렇지만 그 어려움을 미뤄두지 않으려고 한다. 선택이라는 것에 그렇다와 아니다만 있는 것이 아니고, 선택을 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라는 말을 들었다. 내가 지금 당장 선택하지 않는다고 해서 답이 아니라는 건 아니지만, 그것이 다시 돌고 돌아 선택의 순간으로 돌아오는 거라면 나는 언젠가 선택을 해야 하는 거니까. 그래서 그냥 부딪히기로 했다.


그런 마음에 이런 마음이 흩어지기 전에, 라이프 코칭을 받기로 했다. 내일 OT라서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을지 알 수는 없지만 그 과정 속에서 나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미루지 말아야지.





일기일회, 오늘의 한 줄 : 하늘을 향해 가는 사다리인데, 너무 올라가면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문이 있다. 내 방향성이 무너지지 않게 마주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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