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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 Oct 30. 2024

쉬어가는 날도 필요해

어쩌다 쉬었지만, 쉼표가 필요하다고 더 느꼈던 하루



진짜 체력의 문제일까.

오늘 화실을 가기 위해 아침에 딱 눈을 떴는데, 온몸이 무거웠다. 목도 칼칼하고 머리도 지끈거렸다. 꼭 숙취가 몰려오듯 무거워진 몸은 회복을 위해 잠을 불렀다.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아침 일찍 화실에 문자를 남겼다.


죄송하지만.. 오늘은 못 갈 것 같다고. 당일에 취소를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몽롱하고 무거운 기운이 더 쉬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락을 남기고 나서 그대로 잠들었다가 일어났는데 오전보다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싸늘하고 머리가 맑지 않은 것은 남아있었지만 움직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어쩜 오후에 있던 일정까지 취소 됐다.


오늘 진짜 쉬라고 이렇게 진행되는 건가..? 얼떨떨한 마음에 엄마에게 연락을 남기고는 일어난 김에 분리수거까지 싹 했다. (오늘은 분리수거의 날!)



그런데, 큰 일정이 두 가지나 사라져서인가. 갑자기 생긴 시간의 여유로움을 만끽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또 훌쩍 지나가있었다. 이런 점은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이럴 거면 아침에 몸이 외치는 신호를 무시하고 화실 갈 걸 그랬나? 갔으면 집중도 못하기는 했겠지만.. 괜히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해졌다.


전에도 이런 불편한 마음을 겪었던 적이 있었다. 3교대로 살아가는 간호사를 그만두고 나서 평일에 저녁시간이, 일요일이, 공휴일과 연휴가 생겼을 때였다. 꼭 중력에서 벗어난 사람처럼 붕 떠서 어딘가에 머무르지 못하는 사람처럼 멍하니 시간을 보냈어야 했는데 그때도 이런 감정을 느꼈었다. 아무것도 안 하는데 무의미하게 시간이 흘러가는 느낌, 그 느낌이 내가 꼭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았었다. 오늘 갑자기 그 기분을 느껴서 그런가, 이대로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책부터 펼쳤다.


책을 펼쳐서 읽고 생각을 정리하고, 다시 또 오늘 해야 할 일을 하나씩 지워가면서야 뭔가 제대로 한 느낌이 든다. 이런 걸 생각하면, 나는 어딘가에 고여있고 멈춰있는 걸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구나라는 걸 알게 되지만 그럴수록 체력을 더 챙겨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어제 저수지를 걸으면서 땀난다고 겉옷을 벗었는데 땀이 식으면서 살짝 감기기운이 온 것 같다. 며칠 동안 안 좋았던 것들이 쌓이면서 한꺼번에 온 것이겠지만.. 오늘 이렇게 갑자기라도 쉬게 되지 않았으면 몸이 더 안 좋았겠지?


진짜 쉬어가야 된다는 걸 다시 한번 더 느낀다. 오늘 화실은 못 갔으니까.. 다른 거라도 그려봐야지.


 



일기일회, 오늘의 한 줄 : 체력이 진짜 중요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아프면서 체력 찾지 말자.. 미리 관리하자(아플 때만 생각한다는 게 문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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