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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도영 양지은 May 14. 2023

사촌들의 교환편지

지은의 프롤로그


지은이 쓴 지은


대부분 딸이 그러하듯 나도 엄마에 대한 연민과 원망을 동시에 갖고 있다. 현모양처가 꿈이었던 엄마는 일하지 않는 남편을 만나 뜻하지 않은 가장의 역할을 맡았다. 그 삶의 애환을 딸에게 하소연하곤 했는데, 그것은 형제자매가 없는 내가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것이었기에 버거운 일이었다. 그로 인해 엄마를 지키고 싶기도 했지만.


내가 중학생일 시절 아빠는 남편, 아빠 그 어느 역할도 제대로 완수하지 못한 채 일찌감치 세상을 떠났다. 살 사람은 살아야지. 그 상투적인 말이 우습게, 그즈음의 엄마는 오랜 시간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삶을 겨우 이어가는 꼴이었다. 엄마의 공허한 눈빛은 너무나도 생소했다. 두 배는 불어난 엄마의 몸보다 더 낯선 것은 어눌해진 엄마의 말과 행동이었다. 하나뿐인 자식의 중학교도 기억 못 하던 엄마가 원망스러웠지만, 그 시절의 엄마는 엄마를 더 보살펴야 했다. 결국은 자식도 본인도 챙기지 못했지만.


어린 시절, 엄마에게 적었던 편지들은 여러차례 다닌 이사로 인해 사라진지 오래였다. 더이상 편지를 소중히 간직하는 엄마를 기대할 수 없었기에, 나는 수신인을 바꾸어 돌아가신 아빠에게 편지를 썼다. 장례식에 다녀온 후 불 태워 날려보낸 편지를 시작으로, 성인이 된 지금까지 말이다. FROM. 지은, TO. 아빠. 그 사이에는 주로 아빠를 향한 원망과 하늘에서나마 엄마를 보살피라는 숙제를 적었다. 가족으로 인해 고장나버린 엄마를 원망하는 것은 나에게 큰 죄책감이었다. 그래서 나는 아빠를 탓하는 편지를 쓰는 것으로 죄의식을 덜었다.


이제, 아빠를 대리인 삼아 부쳤던 엄마에 관한 편지는 한동안 적지 않을 것 같다. 오랜시간 엄마를 대신해 쓴 소리를 듣던 아빠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며, 엄마를 향한 연민과 원망에 솔직한 편지를 쓸 것이다. 어린 지은과 도영에게 이 편지가 고이 접혀 발송되길 바란다.


FROM & TO. 지은, 도영





지은이 쓴 도영


친언니가 없는 나에게 인생의 롤모델이 되어준 도영 언니. 우리는 어린 시절, 방학이나 명절 때마다 외할머니댁 집 한편에서 몇 날 며칠 동안 수다를 떨며 각자의 인생사를 공유했다. 그래서 그녀는 내 삶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가장 많은 모습을 알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특히나 자매인 우리의 엄마들은 가장 재밌는 화두였다. 대전 이모(도영 언니의 엄마. 대전에 오래 살았던 것이 이모의 별칭이 되었다.)와 도영 언니가 싸운 일화를 들을 때 나도 엄마와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며 ‘이게 우리 가족력인가?’ 되묻는 것은 대화의 레퍼토리가 되어 버렸다.


우리는 많은 시간 동안 취향과 가치관을 공유했기에, 목표하는 바도 닮아갔을지 모른다. 각각 예술을 동경하던 마음을 품고 있던 우리는, 대학에 입학하며 각각 예술학, 디자인을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예술 관련 학과에 입학하게 된 서로를 신기해하며, ‘언젠가 함께 프로젝트를 하면 좋겠다.’라고 말하고는 했다. 그 프로젝트가 책이 될지 혹은 다른 무엇일지 구체적으로 상상한 것은 아니었지만, 유년 시절부터 서로의 삶을 지켜봐 온 우리가 무엇인가 함께한다면 그 자체로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한 것 같다.


미래를 꿈꾸던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는 어른이 되었지만, 아직도 서로의 자취방에서 잘 때면 밤새 수다를 떤다. 아직도 우리는 엄마를 말한다. 자매인 엄마들이 맺어준 연으로 우리는 서로의 대나무 숲이 되었다. ‘가족력’이라는 자조적인 농담은 계속되지만, 그것만으로 승화될 수 없는 엄마에 대한 연민은 어렸을 때와 다른 점이다. 언니와 편지를 쓰며 엄마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우리는 편지라는 또 다른 대나무숲에서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하기로 했다.





외사촌 관계인 양도영과 양지은은 우리의 엄마들을 이해하기 위하여 엄마에 관한 편지를 주고받습니다. 양도영 양지은의 브런치와 <우리의 엄마들을 이해하기 위하여> 매거진을 구독하시고 저희가 나누는 글들을 읽어주세요. 저희가 쓰는 엄마에 관한 교환편지는 매주 한 편씩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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