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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도영 양지은 Oct 11. 2023

엄마가 된 너를 어떻게 상상해?

도영과 지은의 밤새운 대화 6

밤새운 대화


할머니 댁 안방에는 보일러를 너무 세게 틀어 동그랗게 타버린 자국이 남아있는 노란색 장판이 깔려있었다. 어렸을 적 우리는 그 뜨거운 장판 위에 언제 빨았는지 모를 이불을 여러 겹 깔고 밤새워 이야기를 나눴다. 힘들었던 가정사가 대부분이었지만 즐거웠다.


그 시절의 우리처럼, 양도영과 양지은은 다시 밤샘 수다를 떨어보려고 한다. 우리의 깊숙한 마음들을 때로는 실없는 이야기들을 당신이 들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괜찮다면 같이 떠들어주기를.


매 챕터가 끝날 때마다 밤새운 대화가 연재됩니다.






지은


언니의 조카, 나의 사촌 조카. 아직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나도 그 아이를 본다면 너무 사랑스러울 것 같아. 나는 형제자매가 없기 때문에 이모들이 나를, 엄마가 언니를 어떤 마음으로 바라볼지 상상이 가지 않았어. 친조카가 생긴 언니는 어때? 어렴풋이 이모들이 언니를 생각할지 상상해 본 적 있어? 



도영


친조카가 생기고 나서 영은이 이모가 생각났었어. 사실 나는 영은이 이모가 항상 무섭고 거리감이 느껴졌었거든. 이모가 나와 영은이를 비교하는 걸 들으며 이모가 날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도 종종 들었었고. 그런데 가끔 이모가 나를 챙겨주거나 생각해 주는 행동을 할 때가 있어서, 그게 의아하면서도 그런 행동들이 우리 엄마를 위한 거라고 여겼었어. 우리 엄마랑 이모는 하루에도 전화를 서너 번씩 할 정도로 꽤나 각별하니까. 그런데 친조카가 생기고 나니 어쩌면 이모의 그런 행동들이 나를 향한 순수한 애정이었을 수도 있겠더라. 내가 지금 조카를 바라보며 드는 이 사랑스러운 마음이 분명 이모한테도 들었을 테니까 말야. 지금의 이 마음이 세월에 희석되어 옅어질지라도 없어지지는 않을 것 같아. 



지은


언니가 그런 생각을 했다니 신기하다. 나는 아직까지 이모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지 가늠이 안 가. 나도 언니처럼 가끔 이모들에게 거리감을 느낄 때가 많았어. 하지만 이모들이 나를 아끼고 걱정한다는 생각도 들었지. 어쩌면 내가 느낀 거리감은 서투름에서 비롯한 걸지도 몰라. 엄마와 이모들은 우리처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육아를 공부할 수 있는 세대가 아니었잖아. 가끔 그들의 표현 방식에 섭섭함을 느끼다가도, 그 순수한 마음을 희석하면 나쁜 의도가 아님을 느낄 때도 많았던 것 같아. 



도영


지은이는 나중에 자식을 낳고 싶은 마음이 있어? 엄마가 된 너를 어떻게 상상해?



지은


자식을 낳는다… 아주 어렸을 적부터 결혼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나는 자녀가 생긴 후의 내 모습을 구체적으로 상상하진 않았던 것 같아. 다만 혹시라도 나의 인생이 예기치 않게 흘러간다면 자녀에게 올곧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아마 나 역시 많은 부모처럼 자녀에게 많은 실수를 하고, 상처를 줄지도 몰라. 하지만 항상 같은 자리를 지키는 사람. 언제나 내 편일 사람. 그렇게 보였으면 해.



도영


그게 네가 이모에게서 바랐던 모습인가 봐. 나는 엄마가 내게 섬세하게 신경 써주길 원했었어. 언제나 내 생활과 마음을 물어봐주는 엄마를 그렸지. 그래서 내가 언젠가 엄마가 된다면 그런 섬세하고 다정한 엄마가 되고 싶어.



지은


나는 언니가 엄마가 된다면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을 거라 확신해. 언니는 나에게도 섬세하고 다정한 언니거든. 만약 언니에게 자녀가 생긴다면 얼마나 그를 사랑스럽게 바라볼지 벌써 눈에 선해. 언니의 모습과 내 모습을 자꾸만 상상하게 되네. 언니 말이 맞는 것 같아. 지난 시절 동안 내가 바랐던 엄마의 모습이 미래의 내 모습에 투영되어 있겠지. 일평생 우리 엄마는 내게 되려 지켜줘야 할 연약한 존재였어. 그래서인지 엄마에게는 속앓이를 털어놓기 힘들었지. 내게 자녀가 생긴다면 그에게 의지가 될 수 있는 버팀목이 되고 싶어. 사실 자녀가 생기지 않더라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것 같아. 단단한 사람이 되는 것. 그게 내 꿈이야.




외사촌 관계인 양도영과 양지은은 우리의 엄마들을 이해하기 위하여 엄마에 관한 편지를 주고받습니다. 양도영 양지은의 브런치와 <우리의 엄마들을 이해하기 위하여> 매거진을 구독하시고 저희가 나누는 글들을 읽어주세요. 저희가 쓰는 엄마에 관한 교환편지는 매주 한 편씩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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