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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태완 May 15. 2021

곤히 잠든 네 얼굴

  곤히 잠든  얼굴을 몰래 바라보는  좋아.  안의 눈부터 앙다문 입술까지 천천히 훑어보다 문득  눈가가 축축이 젖는 것을 보고는 알았지. 있잖아 내가 너를  많이 사랑하고 있다고. 사랑보다도  사랑다운 마음을 주고 싶어 진종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면 네가 믿을까.

  우리가 이렇게 같은 곳에 누워 아무 거리낌 없이 맨살을 비벼댈  있다는 사실이 내겐 너무 황홀한 거야. 우리가 번갈아 내뱉은 숨이  방을  면도 빠짐없이 핥아대다, 결국엔 하나의 숨으로 합쳐져 다시금 우리의 허파로 숨어든다는 거잖아. 정말이지 값진 일이야. . 정말이라니까. 왜냐고? 잘은 모르겠지만  것과  것이 하나라도  섞일  있다면 나는 뭐든   같거든.

  이것 .   하나 굳게 믿고 마음 편히 잠든 아기 같아.  뾰족한 세상의 흔하디흔한 틈에서  하나만큼은  끈적한 피가  증발해버린대도 끝끝내 지켜주고 싶단 생각을 . 어쩌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너와 내가 이렇게 만나, 겉과 속이 전부 닮아가고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기적만 같아서 도저히   바를 모르겠는 거야.

  혹여 네가 잠에서 깨기라도 할까  눈동자조차 조심조심 굴려대는 내가  우스워. 턱을 괴고 있던 오른팔이 조금 저려와서 조금 부스럭거리고 말았는데, 아차. 네가 으응, 하는 신음을 작게 내뱉으며 등을 돌려 누우려 . 결국 내가 너의 깊은 잠을 방해한 셈이 되는 걸까.

  에라 모르겠다,  어때, 냅다 입을 맞춰야지, 이러다 이성을 잃고  아랫입술을  윗입술에 아주 진하게 포개어버려도 좋아, 하는 생각이 미친 듯이 뿜어져 나오면서 쿵쾅거리는데, 차마 그러지는 못하겠더라고. 내가  이상한 사람이   같잖아. 자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기분이  좋지만은 않겠더라고. ‘괴물처럼 물컹한 무언가가  입술을 무작정 잡아먹으려 하고 있어!’라고 여길 수도 있는 거니까.

그런데 이거 어쩌지. 나는 늘 이성보다 본능의 지배 아래 살아왔던 사람인데. 해서 나는 정신 차릴 틈도 없이 네게 입을 맞추고야 말았지. 아니나 다를까 너는 화들짝 놀라며 잠에서 깨버렸어.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그런 네가 너무 사랑스럽다는 얼굴로 나를 꼭 껴안아 주잖아.

  이러니 내가 그날의  밤을 사랑하지 않고 배기겠냐고.  속에 들어 살던 너를 몹시 사랑하지 않을  있었겠냐고.

  나는 사실  복잡하게 얽힌 사랑을 추구하거든. 그러니까 요즘 말로 ‘지독하게 얽히고 싶다라고 해야 할까. 서로의 모든 , 정말 가진 모든 것을 주고받는 사랑이라고 하면 이해할  있겠어? 누가 보면 저것들 미친  틀림없어, 하면서 혀를 끌끌 차게  만큼. 누가 뭐라고 하든 우리 둘만 좋아 죽겠으면 되는 , 우리 둘만의 세계에 자발적으로 영영 갇혀버리는   처음 사랑이라는 감정을 정의한 이의 바라던 바가 아닐는지.

  그렇게 서로의 쏘아붙이는 안광을 온전히 각자의 여린 심장으로 모두 받아내는 . 그리하여 독한 감기를 앓듯 높은 열을 품은 채로 우리의 관계를 열렬히 응원하고 사랑하는 . 행복하고  행복할  같지 않아? 너도 나와 같은 마음이라고? 그러니까 일단 세게 껴안은 채로 조금만  자다 일어나자고? 그래. 네가 그러고 싶다면 그러는  맞을 거야. 우리의 시간이 이대로 멈춰버려도 좋을 테니까.

  정말 이대로 죽어도 좋겠어. 이대로 분홍색 유령이 되어버려도 좋겠다니까. 너무 갔다고, 오버하지 말라고 말하는 네가 하나도 원망스럽지 않아. 전혀 대단치 않고 신성하지 않아도 우리는 우리의 사랑을 교리처럼 따르곤 하니까.

  손가락과 발가락을 전부 접어도  헤아릴  없을 만큼 많은 축복이 하늘에서 쏟아져. 한숨 자고 일어나면  바깥에 하얀 모습으로 잔뜩 쌓여있을걸. 우리는  널브러진 것들을 둥글게 둥글게 굴려서 한입에 삼켜버리자. 왜라니? 그래야 우리의 속이 터질  같은 축복으로 가득   아니야.

  내가  너무 갔나 . 미안해. 그래 그러자. 이제는 정말 눈을 감자. 이리  품에  안아줄게. 하여튼  살냄새만큼 좋은 향도 없다니까. 좋다. 몸이 점점 나른해져.  자고 일어나자. 낯선 꿈에서도 사랑할 거야.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도 모자라겠지. 아무튼 많이 사랑해.  자고 조금 있다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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