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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태완 May 05. 2020

내 여름의 꽃말은 한 줌의 사랑

너는 나에게서 살아라


심히 메말라 영영 죽어버렸다 여겼던
처연하고 애달픈 나무 한 그루에서도 늦게나마
계절의 힘을 빌어 파릇한 눈엽이 수도 없이 돋아났다

그러니 너도 내가 간절한 듯 길게 뻗은
연녹의 영혼을 손금 사이로 힘껏 움켜쥐고
영원처럼 억겁의 시간을 내게서 살아라

나는 초여름 아련한 이름을 잔뜩 뒤집어쓰고
그저 찰나를 살다 이 생을 다해도 좋으니
너는 그런 나를 아낌없이 전부 긁어모아
감격스러운 새 생명의 탄생처럼 환호 속에 피어라

이 습한 허공으로부터 씨실과 날실을 애써 뽑아내어
그것을 모두 엮은 어여쁜 삶 하나 고이 쥐여 줄 테니

너는 한껏 차려입고서 그저 한 줌의 사랑으로만 내게 오라

<내 여름의 꽃말은 한 줌의 사랑>, 하태완

2020. 5. 3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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