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해선 긴 숨을 잘 내뱉지 않는 아버지가
주말 오전의 너그러운 볕을 조용히 등지고서
복잡한 감정을 숨기지 못한 얼굴을 만드셨다
이내 곧 멋쩍은 듯한 기지개를 이렇게 펴면서
이제는 나도 어쩔 수 없는 육십이네 했다
그 뒤에 바로 덧붙여서 내뱉은 말은
내게 와 퍽 설명할 수 없는 향으로 묻어났다
나한테는 절대 안 올 줄 알았던 나이인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늙고 희끄무레해졌네
풀 죽은 모습으로 내 옆에 털썩 앉은 아버지에게
나는 백 살까지 사실 건데 육십이면 이제 고작
절반 조금 넘게 사셨습니다 아버지 했다
철없고 무례한 농담에 다행히도 아버지는
깊숙이 숨겨둔 표정을 활짝 열어젖히며
반가운 소리를 내어 크게 웃고 또 웃었다
영영 젊을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가
영영 젊음을 잃어버린 것이 이리도 슬프다
벌써부터 아버지가 그리워지는 건
이런 나조차도 어찌할 수 없는 일이며
아버지에게 야위고 쓰린 등을 천천히 쓸어주는
그런 밤이 자주 드리우기만을 바라는 마음이
언 손을 녹이는 어떤 온기처럼 내내 솟구친다
무르익어가는 삶이 터뜨리는 울음소리가
맞닥뜨린 이 절기에 돋아난 연녹의 이파리인 듯
아버지의 삶과 삶 사이에서 스산하게 퍼졌다
_
<아버지의 환갑>, 하태완
2020. 5. 24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