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도 모르는 상처를 왈칵 쏟고
아무것도 모르는 이가
아무것도 아닌 내 일부를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아무렇게나 짓이겼습니다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않고
아무와도 나눠 갖지 않으며
아무런 극약처방도 없으니
아물기만을 내내 기다릴밖에요
아무렇게나 방치한 흉스러운 흉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혀와 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밤과 밖
애먼 사람에게로 돌아가는 죄와 벌
아 멀리 가는 저녁의 호된 매스꺼움이
이 마음 하나 쉬이 건사하지 못하게끔
엉망이 된 그 시절 옛터에 구덩이를
아무렇게나 파헤치고 있습니다
연명을 간절히 바라는 그해 저녁과
이미 죽음에 부쩍 가까워진 파란 달과
엉망으로 흐트러진 가증스러운 손금이
연민을 핑계로 이 내 삶을 모조리 집어삼켰습니다
<그해 저녁에>, 하태완
2020. 7. 9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