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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태완 Aug 16. 2020

열대야의 숨바꼭질

오늘따라 하늘이 너무 예쁘네요


오늘따라 하늘이 너무 예쁘네요.
많은 꽃을 피워 낸 여름 내음이 코끝을 현혹합니다.

흰 구름과 옥빛 나무 위로 살랑이는 바람이
오래 멈춰 감탄을 자아낼 만큼 잘 어우러져
애를 쓰지 않고도 당신 얼굴과 슬쩍 겹쳐져요.

이따금 노을 색 나비처럼 들뜬 뜀박질과
어젯밤 손톱달인 듯 화려한 당신 입꼬리가 나타나
우왕좌왕하던 내 시선을 한데 모아 품어줍니다.

할 수만 있다면 이 절기를 통째로 훔쳐
잠든 당신의 아늑한 꿈에 몰래 흩뿌리고 싶어요.

갑작스러운 얕은 소란에 문득 잠에서 깬다면
영원의 약속을 입에서 입으로 옮겨줄 것입니다.

이 여름, 사방에 저녁 어스름이 조용히 깔리고
손 포개어 잡아 마음껏 거닐 사람 당신이라면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목숨일랑 쉽게 내어놓고
오늘처럼 선명한 사랑만 매일 좇겠습니다.

<열대야의 숨바꼭질>, 하태완

2020. 8. 16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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