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태완 Aug 28. 2020

사랑이 너무 보고 싶은 날

어디에나 네가 있다


네가 온종일 날고 있다
넓은 창밖을 날고 있다

늦은 아침을 먹으면서도
나는 저 밖을 힐끗 쳐다본다

열리지 않은 창문을 통과하지 못하는 네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이 방으로 들어오는
팔월의 흰 볕을 세게 질투한다

밤나무의 뾰족한 그림자가 내 명치를 겨냥한다

사람 하나를 보고 싶은 마음이 너무 자라니
죽고 싶을 때보다도 더 이 목을 죄어온다

나누고픈 이야기가 어젯밤 울음보다 많다는 건
팽창한 혈관이 이제 곧 한계에 달한다는 것과 같다

멈춘 듯 활공하는 네게
헛손질을 여러 차례 한 뒤면
나는 공허를 이기지 못해 편지지를 꺼낸다

사실 나는 오래전부터 당신께 스미기 시작했습니다.

창밖으로는
팔은커녕 손가락 하나만 뻗어도
꽉 잡는 네가 어디에나 있다

_
<사랑이 너무 보고 싶은 날>, 하태완

2020. 8. 27

작가의 이전글 소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