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의 여의도 달리기
이기고 싶다면, 충분히 고민을 버텨줄 몸을 먼저 만들어! 정신력은 체력의 보호 없이는 구호밖에 안돼
미생이라는 드라마를 보지 않았지만 저 대사 하나만큼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이 대사가 구라(?)가 아니라는 것에 내 손모가지를 걸기에 몇 년째 운동과 친해지며 이 운동 저 운동 안 해본 것이 없다. 회사에서는 등산 가는 부장님 소리 들으며 등산 동아리도 만들고, 1 MILLION 영상도 구독하며 집 근처 K-POP 댄스 학원도 무려 한 달이나 다니며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어느 날 문뜩 운동을 하며 깨달은 것이 있었으니 역시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고 (갑자기 이 말이 왜 여기서??!) 여러 가지 운동을 해 봤지만 역시 달리기 만한 것이 없다고 어느 날 문득 생각이 들었다. 올림픽의 꽃이 육상인 것 처럼 생각에서만 그치면 리바이(MY)가 아니기에 그렇게 2020년을 같이 달릴 사람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새해를 운동과 다이어트로 시작하는 고전적이지만 정석적인 새해 목표는 분명 나뿐만 아니라 모두의 마음속에 준비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글을 올리고, 다음날이 되어서야 빗나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1,500명이 넘는 나의 페친(페이스북 친구)들은 이불과 한 몸이신 분들이 많았고, "왜 굳이 숨 헐떡이며 사람이 달려야 하는지 1도 공감 못하겠어"라고 이야기하는 멍멍이 다방의 사장님의 말처럼 당시에는 "뭐 어쩌란 거지?"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멍멍이 다방 사장님의 말을 더 공감하는 페친들이 많았던 것을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역시 사람은 뇌피셜을 믿지 말아야 한다.
다행히 혼자는 아니었다. 친구 1명과 겨우겨우 모은 페친 1명. 그렇게 총 3명은 일요일 아침이면 여의나루에서 만나 한강의 정기(미세먼지)를 받으며 7KM씩 달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오늘 혹시 1명 안 오면 어쩌지?" 하며 마음 졸이는 나날의 연속이었는데..
포기하는 순간 시합은 끝난다는 안 선생님의 말처럼 이왕 이렇게 달리기를 시작한 거 2020년 올해에는 한번 끝장을 봐 보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 3명은 비가 오면 그 전날 달리고, 2명이 결석하면 1명이 달리며 3달 동안 일요일 아침을 빠지지 않고, 달리기를 진행했다.
그리고 3월 8일 일요일 아침이 되었다. 포기하지 않으면 불가능은 없다 라는 말 처럼 일요일의 여의도 RUN의 멤버는 총 6명이 되었다. (+그리고 다음주에는 7명이 될 예정이다)
2020년이 끝나면 과연 일요일의 여의도RUN의 멤버가 얼마나 더 생길지, 혹은 모임자체가 사라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 라는 유명한 문구처럼 작게 시작했을 지라도 계속 달린다면 이것도 나의 하나의 인생의 전환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