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노가다 작업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잡아 먹힐 것인가 잡아먹을 것인가?
현장에서 노가다 뛰며 일했던 마케터(나)의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편하고 효율적이다. 굳이 안 쓸 이유가 없겠더라." 사실 안 쓰면 업계에서 뒤처지는 것 같기도 하다. 엄마 친구가 아들을 자랑하듯 주변에서는 각종 tool을 활용하여 더 높은 성과는 물론 기능이 가져다주는 안락함에 취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였다.
마케팅 분야에 있어서 기술이 가져다주는 혁신은 우리의 일자리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줄까? (혹은 빼앗아갈까?) 최근 한 에이전시의 대표님과 식사를 하며 마케팅과 관련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였다.
(대표님) "요즘 해외에서 넘어온 솔루션 툴들의 성능이 넘사벽인 것 같아요"
(나) "온/오프라인으로 행사도 많이 하고, 확실히 공격적으로 마케팅하며 시장을 바꿔나가는 것 같아요"
"최근에 AB180에서 주최한 행사에서 브레이즈(Braze)를 시연해주는 자리에 갔었는데 정말 놀랍더라고요"
"네 맞아요. 기존 앱내 기능을 극대화해주고, 공수도 엄청나게 줄여주죠"
"그 시연을 보며 느낀 건 저런 툴이 계속 도입될수록 기업에서 마케터의 수는 점점 줄어들지 않을까 싶어요"
"산업혁명이 전 세계의 노동 시스템을 바꿨듯이 마케팅 업계도 분명 효율은 더 올라가되 일자리에 대한 변화는 클 것이라 생각됩니다"
(2019년 버거킹은 브레이즈를 활용하여 칸 광고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였다)
확실히 실리콘밸리의 천재들이 만든 (혹은 누군가 만든) 수많은 마케팅 tool 들은 요 몇 년 사이 국내에 엄청나게 유입되었으며 그로 인하여 2-3명이서 하던 노가다 업무를 (노가다 업무란? 하나하나 광고 계좌 세팅하며 콘텐츠 만들고, 수 없이 수작업으로 돌려보며 A/B test 등등...) 1명이면 충분한 것은 물론 개발직군의 담당자가 초기 시스템 세팅과 함께 직접 마케팅까지 겸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어보았다.
세상이 변하는 만큼 가장 자본주의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광고업계야 말로 그 어떤 분야보다 빠르게 현시대를 적응해 가고 있으며 수많은 광고쟁이들은 기업의 예산에 맞춰 포지션을 변경하는 등 다음 달 받아야 하는 월급을 위해 고군분토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일기획에서 잼과 양말을 팔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하였다 [출처 : 제3기획])
그런 Tool 이 주는 솔루션과 자동화에 맞춰 관련된 담당자들은 어떠한 관점에서 업무를 바라봐야 할까? 1년 혹은 월 단위로 금액만 지불하면 분명 일의 효율은 올라가며 최소한의 인원으로 커버가 되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기에 우리 모두가 아웃라이어가 되면 좋겠지만 현실상 그건 불가능.. 일전에 썼던 글의 내용처럼 단순히 마케팅이라는 명칭에 어울리는 일을 하는 시대는 지났다 생각한다.
과거 팀장님은 나에게 찾아서 일을 하라고 지시하셨다. 그게 말이 쉽지 어찌 일을 찾아서 한단 말인가? 그것도 이제 막 업계에 발을 들인 신입에게.. 하지만 이제 찾아가며 일을 하지 않는다면 진짜 내 밥줄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기업은 직원에게 돈을 주고, 직원은 돈에 비례한 퍼포먼스를 내며 회사의 밸류를 상승시키는 일을 한다. (전형적인 자본주의 논리의 기브 앤 테이크)
그렇다며 Tool로 시스템을 만들고 남은 기회비용을 활용하여 회사의 밸류를 상승시키는 일을 하면 되지 아닐까? 사실 굿닥에서 브랜드 퍼포먼스팀 팀장이 되고, 바로 진행했던 업무도 마케팅을 최적화하고 효율화 시키는 일 이었다. 시스템을 만들고 나니 기존 팀원들의 업무 시간이 남았다. 그렇게 우리는 남는 시간을 활용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밸류를 올릴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했으며 쉽게 말해 일을 벌였다.
분명 익숙하지 않는 일에는 힘이 들수도 있다. 아울러 타 팀에서 "이거 왜 하시는 건가요?"라고 역으로 뭐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Ai의 시대를 살아가는 마케터에게 있어서 Tool이 할 수 있는 영역의 마케팅은 그 녀석에게 다 넘겨주되 대신 그 녀석이 할 수 없는 우리만이 할 수 있는 밸류를 높이는 일을 하는 마케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