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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항녀 Jun 21. 2024

독서에 대한 단상들(2)

11. 올해 벌써 약 150권의 책을 읽었다. 누군 의미 없이 급하게 읽은 책 150권이 아니겠냐 하겠지만 나는 150개의 다양한 세상을 만나고 왔다. 그러면서 내가 얻은 것은 결국 나를 위해 살아야 행복하다는 것. 당연하지만 모두가 잘하지 못하는 일. 우리나라에선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유교사상 덕분에 신경 쓸게 많으니까.


12.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을 보면 반갑다. 예전에는 그런 모습이 저스트 너디(just nerdy) 해 보였다면 이젠 긱시크(Geek chic) 같달까. 너무 요즘 단어를 썼나요? 물론 내가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것은 그런 트렌디함을 따르기 위해선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이 글을 쓰면서는 폰을 보고 있지만 나를 보고 다른 사람들도 책을 읽고 싶어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조금 있다.


13. 책을 많이 읽다 보면 내 작품도 만들고 싶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북스타그램을 하시는 분들 중에서도 출간을 하시거나 작가 준비 중이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다. 활자 중독으로서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인친님들 글을 읽다 보면 그 재능을 뺏어오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나의 휴직기간 동안 나도 나의 ‘미완의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며 성장시켜 봐야겠다.


14. 책에 빠지고 글에 빠지는 사람들 중에는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일방소통이지만 책만큼 그저 옆에서 위로가 되어주는 것이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 나 역시 불안•우울로 가득했던 세상을 책으로, 글로 이겨내려 했다. 뭐 여전히 그 싸움은 진행형이지만. 시작은 암울했으나 그 끝은 발광하리라.

15. 책을 많이 읽다 보면 ‘골방철학자’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내 곁에는 종종 있었다. 책만 읽지 말고 밖으로 나오라고. 하지만 나는 책에서 너무 많은 세상을 봤기 때문에 되려 지금 더 큰 세상으로 온몸을 던질 준비를 하고 있다. 내가 있는 이 세상이 정말 우물 안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그래서 대단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고 싶고 다른 세상에도 나가보고 싶어졌다. 나는 안타깝게도 ‘골방철학자’는 못 될 것 같다. 그리고 ‘골방’도 없다.


16. 다른 글에서 말한 적 있는 듯 하지만 나는 ‘책연’을 믿는다. 어쩌다 표지에 눈길이 두 번가서 알라딘에서 데려온 책, 온라인 서점에서 이리저리 구석구석 뒤지다 익숙한 느낌으로 데려온 책들을 읽다 보면 그즈음 나에게 필요했던 ‘문장’들이 나온다거나 나와 비슷한 상황을 보여주며 공감하며 치유하게 된다거나, 그 상황을 멋있게 지나가는(꼭 이겨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상황을 보게 된다. 그럴 때, 온몸에 전율이 흐르며 ‘아 이래서 내가 이 책을 만나게 됐구나!’ 싶다.


17. 책을 읽다 보면 그 내용에 대해서 어딘가에 주절주절 하고 싶어 진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생각도 알고 싶어 지는데 그래서 독서모임을 했었다.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책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해 봤자 그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저 시끄러운 감탄일 뿐이고, 의미 없는 젠체로 느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즐겁다.


18. 좋아하는 책에 대해 글을 쓰다 보니 글이 써진다. 한동안 글 쓰는 게 두렵고 내 글이 너무 침잠해 있는 듯해 꼴도 보기 싫고 게시하기도 싫었다. 하지만 다행히 썼다.


역시 나는 책을 좋아해.

주절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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