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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항녀 Jun 22. 2024

꼬리가 있으면 좋겠다

꼬리가 있으면 좋겠다


종종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곤 했다.


내가 ‘개’ 같다고.


상처받았어도 조금만 잘해주면 보이지 않지만 내 상상 속에서 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들며 반긴다.


이런 내가 한때는 싫었다.


줏대도 없는 것 같고 나만 상처받는 것 같아서.


그래도 마냥 나쁘지는 않다.


무썰듯 인연을 썰어낸 사람은 없는데,

그래서 살아가면서 못 볼 사람 본 취급을 할 사람은

없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나는 사람을 보면 정말 반갑다.

(당연히 모든 사람이 반갑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의 관계가 있는 사람들을 보면 반갑다.)


진심으로 반가워하고 좋은 말을 나누곤 하는데

그게 가끔 가식처럼 보이기도 하는 것 같다.


정말 친한 친구 하나가 학창 시절에 나보고 가식 떠는 것 같다고 말을 했었다.

(그 당시엔 그 말에 너무 세게 베여서 아직 흉터는 남아있지만 시간이 흐르니 구체적인 상황은 기억 안 나고, 아픔도 없다.)


이럴 때 만약 꼬리가 있었더라면, 내가 거의 날아갈 수준으로 상상 속에서 꼬리를 흔드는 걸 봤더라면,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을 텐데..


좋을 때 말고도 부정적인 감정도 어느 정도 표현하고 싶다.


아픈데, 분명히 나는 힘든데 그게 내색이 안된다.


그럼 꼬리를 축 내리고 있으면 좀 알아주지 않을까.

처음 데려왔을때 겁을 너무 먹어서 꼬리가 말린 깜순

애초에 내가 아플 때 아픈 티를 내는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나도 그렇게 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가끔은 서글프다.


나 정말 아파요.


나 정말 힘들어요.


아픈 걸 알아줬으면 하지만 사람을 보면 웃음이 나는 걸 어떡해.


그래서 한 번은 출장을 가는데 웃지 말라는 조언을 듣기도 했다.


웃음이 나더라도 아파서 꼬리가 전처럼 흔들 수 없다면 ‘아 쟤 정말 힘들구나.’ 해주지 않을까.


이렇게 적다 보니 드는 생각인데,


아픔을 인정받으면 뭐 하나, 의미 없다.


아, 우리 집 막내 밍구는 강아지여도 꼬리가 짧아서 엉덩이를 통째로 흔드는데 진정성이 장난 아니다.

밍구(10세)

나도 그래볼까나.

주절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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