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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항녀 Jun 20. 2024

독서에 대한 단상들

1. 작년 하반기쯤 현생을 살기에 힘들어서 책을 잡았다. 책을 펼칠 때마다 정말 다양한 세상이 펼쳐지곤 했다. 그럼 현실세계를 벗어나 어딘가를 다녀온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소설을 주구장창 읽고 있다.


2. 가벼운 느낌이 드는 소설들이 있다. 작가 지망생이라 ‘너는 작품하나 못 내놓은 사람이 평가냐’라고 아니꼽게 볼 수도 있겠지만 우선 출판된 책을 읽는 나는 독자이기에 말한다. 아쉽다. 책의 깊이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배경이 튼튼하면 아무래도 깊이 있는 글이 나오는 것 같다.


3. 자기 계발서는 나는 피하려고 한다. 그런 책들로 자극을 한때 많이 받았고 길잡이로도 사용하곤 했는데 어느 순간 자기 계발서를 읽으면 책 속의 성공한 사람과 내 상황의 괴리가 느껴져 불안함이 들기도 한다. 나는 행복하려고, 행복을 찾기 위해서 독서를 하는 사람이기에 그런 불안감을 또 느끼고 싶진 않다. 그리고 자기 계발서 책처럼 살면 인간미가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4. 책을 사서 읽는다. 중고책이든 새책이든 책에 대한 소비가 지금 내 지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가끔 정말 읽고 싶은 책도 당장 사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는 조금 기다렸다 산다. 책을 사서 읽으면 좋은 게 주변에 바로바로 선물이 가능하다. 요 근래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책 선물을 하곤 했다. 받는 사람들이 읽었다고 참 좋았다고 해주면 기분이 당연히 좋고, 안 읽더라도 내가 읽고 사람에 맞춰 선물하고 싶어 준 것이기에 기분이 좋다.


5. 북스타그램을 하시는 인친 님 몇 분과 ‘책 기부’를 했다. 기부한 곳은 ‘청소년 아동 보육시설’. 비록 학창 시절의 나는 입시 준비다 내신준비다 하며 책을 필독서 말고는 거의 안 읽었던 것 같은데 미리 책에 빠지고 책의 도움을 받곤 한다면 삶이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기부처를 그렇게 정했다. 그리고 책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마음이 모이다 보니 그것 자체로도 행복했다. 나에게 넘치게 있는 책을 기부를 하고 이 역시 책선물이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6. 책을 힙하게 읽기로 했다. 난 힙한 게 좋다. 노래도 시끄럽고 힙한 게 좋다. 옷도 한때는 크롭티에 내 나름 힙하게 입고 다녔던 것 같다. 그런데 책이라고 힙하게 못 읽으랴. 언젠가 힙한 독서크루를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든다.


7. 새로운 책을 펼칠 때 드는 설렘이 좋다. 영화를 보더라도 나는 예고편을 잘 안 보고 보는 편이다. 그래서 가끔 실패할 때도 있고 길을 잃을 때도 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 세계로 빠져드는 것. 상당히 매력적이다. 그런데 오늘 읽은 책은 너무 아무것도 모르고 읽다 보니 책 속에서 내가 내 세계를 구축해 읽고 있었다. 그랬더니 무너졌다. 작가가 의도한 바가 그것이 전혀 아니었기에.


8. 가끔 책 리뷰를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온다. 그런데 정말 별로인 책들이 있다. 앞서 말했던 깊이 없는 책들. 하지만 작가가 돼 보고자 마음을 먹고 글을 쓰려하다 보니 그 역시도 얼마나 대단해 보이던지. 그래서 ‘이 책은 별로입니다!!’하고 리뷰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 책 리뷰를 꾸준히 보아오신 분이라면 느낌은 받으실 수 있으실 것 같다. 서평요청에 따라 작성한 책의 경우에는 난감하다.


9. 책과 친해진 것은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그 많은 책들을 다 읽고 취미가 종결될 수는 없을 것 같다.

10. 외출을 할 때 책을 많으면 4권을 들고나간다. 가방이 너무 무겁지만 그렇게 들고나가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병렬독서로 읽는 책 2권, 서평도서 1권, 혹시나 앞의 책 3권이 다 맘에 안 들 때 읽기 위한 조금 다른 분위기의 책 1권. 이렇게 들고나가면 어딜 가든 불안할 일이 없다.

오랜만에 주절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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