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하기를 포기한다.

by 반항녀

나에게는 영영 용서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이 있다.


사실 용서를 하는 것이 편한 일이다. 나를 위한 일이다. 자기 자신을 위한 일이다.


안다.


그리고 나는 용서를 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 그에게 수차례의 기회를 줬다. 그 기회를 줬던 것들도 나의 상담선생님께서는 일반사람이라면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거라고, 나보고 그 범위를 좁혀서 용서를 하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래, 나 정말 애썼다.


최근에는 일부러 사과할 기회를 주기 위해 부딪혔다. 그냥 나 혼자 조용히 용서를 해줄 수는 없었다. 너무 큰 고통을 오래 겪었고 상처가 났다. 그래서 최소한의 사과라도 받아야겠다 싶어 부딪혔다.

하지만 돌아온 건 사과가 아니었다.

그때 나는 가슴팍을 부여잡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미 난 상처가 더 깊어졌다. 너무 아팠다.

그랬더니 그는 그냥 없던 일로 하자고 했다. 상대방이 연장자였던 탓에, 그리고 내가 생각보다 독하지 못했던 탓에 울면서 없던 일로 하자며 내민 그 손을 잡고 말았다.


나는 다시 나를 원망했고 자책했다. 내가 너무 한심했다.


상처가 아마 흉터로 남아 지워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용서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오래도록 원망하는 사람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그 일은 나를 위한 또 하나의 도전이었다.


나는 그 사람이 아프길 바라고 잘못되길 바랄 것이다.
그걸 위해 어떠한 행동을 하지는 않겠지만 좋은 일이 없길 바라는 것, 내 나름 소심한 복수다.


내가 더 강해져야 한다고 한다. 내가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게 이기는 거라고들 말한다. 극복해 내는 것이 강한 거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아프다. 나는 아무렇지 않지 않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기 위해 얼마나 더 나를 갈아 넣어야 하나.

나는 그 사건(악으로 깡으로 참조)을 겪으며 겨우 겨우 버텼다. 정말 악으로 깡으로 내 있는 힘껏 버텼다. 그렇게까지 한 것만으로도 강한 거라고 생각하는데 얼마나 더 강해져야 할까?

내가 용서하길 포기한 것처럼 강해지는 것도 포기하는 것이 나를 위한 길일지도 모르겠다.


씁쓸하다. 용서하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인간들, 그리고 강해지기를 포기하고 싶게끔 만드는 세상, 아니 약함을 포기하고 강해지라고 말하는 세상?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숨을 쉴 수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그저 상식이 통했으면, 모두들 기본만 할 줄 알기를 바라야 한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교과서 속처럼 완성되지도 않았고, 아름답지도 않다.

학창 시절의 나는 너무 순진했고, 꿈이 있었고, 기대를 품었다.

이상을 가지는 것은 절망에 닿기 위함이 아닐까.


마냥 무해하고 싶은데, 유해해진다.

무해하기도 포기해야 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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