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또 여름의 입구에 와 있다.
시간이 흘렀다기보다, 흐르고 있다.
특별한 계기 없이 그저 흘러가는 중이다.
복직을 앞두고 단발로 머리를 잘랐었다.
쇄골까지 내려오던 히피펌이었나,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내겐 늘 단발병이 찾아오고, 나는 늘 기꺼이 굴복한다.
그럴 때마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다시 살아보겠다고 다짐하곤 했다.
이렇게 글로 써보니, 그런 습관도 나쁘지 않다.
적어도 자주 초심을 되새길 수 있으니까.
새 마음으로 다시 일을 시작한 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는 굳이 따지고 싶지 않다.
귀찮기도 하고, 비염 탓에 머릿속으로 돌이켜보는 일도 잘 되지 않는다.
오늘은 책상에 앉아 일을 하다가 갑자기 물욕이 폭발했다.
악세사리가 너무 사고 싶어진 것이다!
귀걸이는 하지 않은 지 오래고, 목걸이는 한 번 사면 1년 넘게 빼지도 않고 자거나 씻을 때도 항상 함께한다. 지금 하고 있는 목걸이 역시 오랫동안 함께했다.
그렇게 두 가지 악세사리를 제외하면, 지금 사고 싶은 건 팔찌와 머리핀.
문득 오동통한 내 팔목이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그재그 앱에 들어가 만 원짜리 팔찌를 덥석 샀다.
그냥 인기순 상위에 있는 제품 중 하나를 골랐다.
뭐라도 걸치고 있으면 기분이 나아질 것 같아서.
그리고는 ‘더블유컨셉’에 들어가 헤어핀을 검색했다.
단발로 자르고 시간이 지나니 자연스럽게 집게핀으로 머리를 틀어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여름쯤 머리가 적당히 길어지면 집게핀을 사고 싶어졌다.
나에게는 팔찌보다 핀이 더 비싸다.
게다가 나는 흔한 아이템에는 관심이 없다.
돌고래나 꽃 모양처럼 독특한 디자인의 핀을 찾아다닌다. 머리핀으로 나를 표현한달까.
재빠르게 집게핀들을 훑으며 엄지로 스크롤했다. 두근두근.
무언가를 너무 사고 싶고, 그걸 쇼핑하다 보면
‘과민성대장증후군’ 때문인지 배가 아파 화장실을 가야 할 때가 있다.
나만 그래?
방금 전에도 핀을 보던 중 슬금슬금 배가 아파왔다.
일단 찜 버튼을 눌러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담아두고,
화장실에 다녀와야겠다.
아무튼, 어느새 머리가 자라 다시 집게핀을 살 때가 되었다.
어느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