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의 악인
외쳤다.
나는 그 사람을 죽을 때까지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 천국을 보여줄 거라고 외쳤다.
어디서?
회식자리에서.
나는 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회식을 ‘경멸’해서 회식을 좋아한다고 쉽게 말을 하지 못하지만 이 공간은 내 공간이니까 당당히 말할 수 있다.
극 꼰대 어른들과의 회식도 즐길 수 있다. 그분들과 식사자리는 오히려 쉽다. 리액션이 크고 자동반응 기능이 탑재되어 있는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잘 끌어낼 수 있고 그럼 끝이다.
배우는 걸 좋아하는 나는 그 사람들을 보며 ‘늙어서 저렇게 되지는 말아야지..’하는 생각도 하고.
그 외 동료들과의 회식은 물론 좋다! 게임도 하고 상사 험담도 하고 쉽게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할 수 있으니 뭐 이래저래 좋다!
몇 주 전부터 고대하던 팀 회식의 날이 밝았다. 우리 팀 사람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다 좋다. 예전에 했던 회식들은 약간씩 각자의 흑역사를 만들며 지나갔지만 그것마저 팀 회식시간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했다.
어쩌다 자리는 중간쯤에 앉았다. 1차는 전집, 2차는 횟집, 3차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조기 퇴장했다.
1차에서 너무 신이 난 나머지 안주가 나오기 전에 소맥을 2잔을 마셨다. 유후! 오예 오예 하면서.
총 10명.
나는 얼굴이 빨리, 쉽게 빨개지는 술찌 타입이다. 그래서 세네 잔 마시고부터는 주변 동료들이 술 대신 물을 주시기 시작하셨다. 하지만 이상한 승부욕이 있는 나는 술을 더 마시려 애썼다.
그런 식으로 취기를 쌓아가다 2차를 가서.
회식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쳤다.
내가 용서하지 않기로 한 그 분과 ********. 정말 잊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겨주신 그분.
그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이야기.
그걸 지켜보던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저는 그 분과 웃으며 일할 생각이 없어요! “
라고 외쳤다. 그리고는 그 이유를 속사포랩처럼 읊었다.
흠..
사람들은 나를 안타깝게 지켜봤고 조금의 침묵이 이어졌다. 그리고 고생 많았다며 앞으로 무대응으로 지내라고 응원해 주셨다.
옛날의 나 같았으면 타인의 이야기를 이리 할 수 없었겠지만 이 전에 썼던 글처럼 ‘용서하기를 포기한 사람’이라 이후 어떤 반응과 어떤 결과가 나와도 상관이 없었다. 신경 쓰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근데 안다.. 함께 회식자리에 있던 동료들은 무슨 죈가..
그렇게 있다가..
즐겁게 웃고 떠들다 또 그 사람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또 외치고 말았다!
“그렇게 정의롭다고 한다면 어째서 제게는 최고의 악인이 되셨을까요! 저는 그 사람이 한 행동을 절대 악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러고 눈물이 또르르..
다시 위로와 따뜻한 손길을 받고 진정을 했다.
술이 점차 깨 가니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함께 한 동료들에게 미안했다. 하지만 내 선언(?)은 후회가 없었다.
면전에서도 나는 외칠 수 있다.
뭐 어때!
좋은게 좋은거라고 하는 사람들 Shut the Fxck Up!
나는 ‘강할 강’혜리다!
(회식에서 이렇게 말했더니, “아니에요.. 쌤은 강아지 강이에요..” 라고 내 귀에다 속삭이며 정정해주셨다..)
목청 좋은 나는 성악을 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목은 살짝 쉬었지만 숙취는 없다.
날은 맑다.
+ 브런치북 이름을 ‘강대리의 고군분투’로 바꾸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