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향 해열제 같은 이상적인 해결책이 필요해.
불안이 나를 잠식해 온다.
날개뼈 아래에서부터 목덜미까지, 서서히 뭔가가 기어오르듯 압박해 온다.
숨을 쉬는 게 어렵다. 마치 흉부를 통째로 벌렸다가 억지로 닫는 느낌.
무언가가 가슴팍을 덮치고, 그 무게에 눌린다. 숨이 턱턱 막힌다.
이런 증상은 언제 나타나는 걸까.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
내가 뭔가 잘못했다고 느낄 때?
아니면 무언가 부당하다고 생각될 때?
자세를 바꿔봐도 달라지는 건 없다.
압박감은 형태만 달리할 뿐, 여전히 느껴진다
그저 도망치고 싶다. 어디든. 무엇에서든.
다 내려놓고 사라지고 싶다.
어제, 이모 부부와 외할머니가 부산에 내려오셨다.
오랜만에 다 함께 식사를 했고, 그 자리에서 결국
요즘 내 삶에서 가장 무겁고 복잡한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내 모습을 내 성장 과정 탓으로 돌렸고, 그 성장의 책임을 엄마 아빠에게 고스란히 넘기며 비난을 난사했다. 기습적인 난사였다.
엄마는 억울해했고, 아빠는 화를 냈다.
동생은 또 핑계 대느냐며 나를 문제인양 말했다.
그때, 이모가 조용히 말했다.
“혜리, 아직 아픈 것 같네. 나을 때까지 좀 이해해 주자.”
그 말을 듣고 울컥했다.
사건 이후로 “변했다”, “이기적이다”, “너답지 않다” 같은 말만 들어왔다.
그런데 ‘아프다’는 말은 달랐다.
그래, 나는 아픈 게 맞다. 이상해지고 이기적 이어진 게 아니고 아직 아픈 거다. 문득, 눈물이 났다.
힘들다.
조금 쉴 만하면 또 다른 일이 들이닥치고,
안정을 찾을 만하면 어김없이 다시 흔들린다.
그러다 보니, 이게 내 팔자인가 싶다.
운명이란 게 정말 있다면,
왜 이렇게 자꾸 무거운 것들이 나를 집어삼키려 하는지.
지금 내 가슴을 짓누르는 이 불안은, 아마도 죄책감과 무언가를 선택하지 못하는 무력함 때문일 것이다.
Happy day - 체리필터
이제 나는 딸기향 해열제같은
환상적인 해결책이 필요해
징그러운 일상에 불을 지르고
어디론가 도망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