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출소 앞 아빠 차

추리소설이 따로 없다.

by 반항녀

아침부터 놀러 나가는 길에 집 근처 카페에 들렀다.

돌체콜드브루 한잔을 주문하고 놀러 갈 생각에 신나게 골목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저 멀리 익숙한 차가 보였다.


아니겠지?


아빠는 분명 일하러 간다고 했다.

그리고 나보다도 10분은 먼저 나갔다.


뭐지? 아니겠지. 하면서 차로 다가가서 번호를 봤다.


아빠 차가 맞았다.


그런데 주차 위치가 문제였다.

동네 파출소 주차장.


차 안에는 아빠가 없었다.

파출소에 아빠가 들어가 있나 싶어 유리문 너머로 들여다봤다. 사람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두둥..

긴장감이 나를 덮쳤다.

긴장감은 항상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체감한다.

꾸룩꾸룩. 꾸루룩.


아빠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거지?

조사를 받으러 갔나?


아니야, 은행갔겠지. 아니 오늘 토요일이잖아?


음 파출소 화장실?


아빠 차 주위를 한 바퀴 돌고 파출소 유리문을 두드리고 또 주변 상가를 둘러보고 파출소 앞을 얼쩡거렸다.


아빠한테 전화를 하니 처음엔 받지도 않았다.

두 번째 전화는 아빠가 끊어버리는 것이다.


긴장감 폭발.


나의 배는 돌체콜드브루와 긴장감으로 대장이 과민하게 요동을 쳤다.


나에게 대장이 있구나.

한번 더 전화를 걸었다.

역시나 받지 않았다.


심장이 두근두근. 아빠가 사고를 치고 다니는 사람은 아니니 피해자일 거라는 생각에 더 걱정이 되었다.


가해자인 게 더 문제일까..?


그렇게 기다리다 보니 30분이 지났다.


결국 나는 파출소 앞 전화기를 들었다.


“안녕하세요. 저 아빠 차가 파출소 앞에 있는데 아빠가 없어서요. 혹시 아빠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싶어서 전화드렸어요. 파출소 안에 아빠 있는지 확인 가능할까요?”


친절하신 경찰 분은 지금 파출소 안에 아무도 없다고 했다.


나는 “바쁘실 텐데 도움 주셔서 감사합니다.”하고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전화를 끊었다.


파출소 안에는 없구나..


한번 더 아빠한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아빠.


“아빠 뭐해요? 어디예요?”


“어 머리 깎고 있다.”


생각치도 못한 반전.

사건이 갑자기 뷰티컨텐츠로 바뀌었다.


아…

아빠가 다니는 미용실로 향했다.

웃으며 머리를 깎고 있는 아빠.


다행이다. 다행이야.


아무 일도 없는 걸 보니 소소한 행복이 느껴졌다.


소확행


아빠는 무슨 일로 왔냐고 나에게 물었다.


나는 나 스스로 어이가 없어 웃으며 “아니 그냥 지나가다가 왔어요.” 하고는 동생한테 전화를 걸어 이 이야기를 했다.


동생은 나에게 아빠 불법주차를 자진신고 한거냐고 했다.


웃음이 났다.


아빠 걱정은 오바였다.


이제 문제는 다른 걸로 바뀌었다.


여태 아빠 걱정에 부글부글 거렸던 내 대장.

미용실 사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잘 처리했다.

아빠 덕분에 볼 일을 봤다.


Emergency 2

(회사에 계시는 외국인 동료 분과 우리끼리 하는 비밀 용어다.)


하하.


아직 아빠는 머리를 깎고 있다.

빨리 다 깎으면 이야기해 줘야지.


아빠는 좋겠다. 나같은 딸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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