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행복해~
지난주 금요일, 퇴근 후 19시 55분 기차를 타러 가야 했다.
집에서 기차역까지 버스를 타면 50여분이 걸린다. 차를 두고 안전하게 도착하기 위해 18시 50분쯤에 나갈 준비를 했다.
책 챙기고, 휴대폰 충전기 챙기고, 지갑..
지갑을 챙기려는데 보이지 않는 것이다.
운전을 조금 난폭하게 하는 스타일이라 급정거하면서 가방이 넘어지며 지갑이 떨어졌겠거니 싶었다.
그래서 마음이 급한데 아무래도 지갑을 찾고 가야 할 것 같아서 차에 들렀다.
차 바닥부터 있을 리 없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트렁크까지 뒤졌는데 없었다.
두근두근 거리며 기억을 더듬었다.
‘아, 오늘 회사에서 식권을 꺼내면서 지갑을 썼구나!’
다행히 그날 식권 몰아주기를 한 덕에 기억에 남아있었다. 식권을 꺼내며 했던 말도 기억이 나고.
그래, 회사에 있을 거야.
하고 속 편하게 일정에 따라 기차역으로 향했다.
주말 내내 회사에 내 지갑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만약 없다면 너무 암담할 것 같은데 가급적 떠올리지 않으려고 했다.
그리고 오늘, 월요일.
회사에 출근했다.
조용한 사무실에 켜져 있는 에어컨 덕분에 쾌적함을 느끼며 약간의 콧노래를 부르며 업무를 하기 위해 책상을 정리하는데 지갑이 보이지 않았다.
응?
주말 내내 당연히 책상 위에 있을 거라고 믿었던 지갑이 없었다.
‘괜찮아 괜찮아..’
하고는 옆에 출근하신 동료 분께 말씀드렸다.
“제가 지난주 금요일에 지갑에서 식권을 드리고 주말 내내 회사에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지갑이 없어요..”
그랬더니 동료 분께서도 내가 지갑을 꺼냈던 걸 기억하신다고 했다.
”지갑에 발이 달맀나.. 어디로 가삣노.”라고 말씀하셨다.
흐엉엉
업무시간 전이라 급하게 금요일에 들렀던 편의점에 가보았다.
편의점에도 없었다.
사장님은 친절하게도 속상해서 어쩌냐며 내 걱정을 해주셨다.
네.. 속상해요..
그리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최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 다른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살면서 다들 지갑 한번쯤은 잃어버리잖아요?”
“잃어버려도 괜찮잖아요?”
라고 괜찮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만약에 어차피 잃어버린 거라면 괜찮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다른 직원 분들은 그저 허허 웃고 괜찮다는 말씀은 없으셨다.
속은 벌렁벌렁 하지만 캄다운 캄다운 하며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정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오늘 마침 집에 있는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 방에 있는 내 가방에 지갑 있는지 한 번만 봐줘요. “
아빠한테 지갑 잃어버렸다고 말하면 되려 혼날 걸 알면서도 만약을 기대하며 전화를 걸었다.
두근두근
아빠가 아무렇지 않게 ”요 있네 “
그리고 이어지는 잔소리.
”니는 나갔다 오면 물건 좀 다 정리해서 놔라. 뭐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
그 잔소리마저 아름다웠다.
혹시나 아빠가 내 지갑을 다른 걸로 착각했을까 봐 사진을 찍어 보내달라 했다.
내 지갑이 맞았다.
주말 내내 나는 지갑과 함께 했던 것이다.
그렇게 지갑을 찾고 나니, 내 주변 모든 환경이 완벽하게 느껴졌다.
아쉬울 게 없는 사람이 된 거지.
주민등록증도 재발급 안 받아도 되고 카드도 정지 안 시켜도 되고~
오랜만에 지갑 속에 있는 현금도 다시 찾고~
그래서 나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고 있다!
오예!
*예전에도 지갑 잃어버렸다가 찾고는 소확행 했다고 글을 썼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주기적으로 확실한 행복을 얻는 것, 낫베드?
혹시 최근에 지갑을 잃어버리신 분이 계시다면 꼭 찾으시길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