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근 5~6년 전부터 동생과 내가 명절증후군을 앓고 있다.
엄마는 아빠랑 크게 다툰 후 친가 행사에 일절 관여를 안 하고 있다. 명절이 친가행사라고 할 것은 아니지만 우리 집에서는 친가행사다. 안타깝게도 여전히 옛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안타깝게도 애매하게 착한 막내아들인 우리 아빠, 그리고 외가가 멀리 떨어져 있는 탓에 친가 쪽에 주를 두게 되어 그렇게 되었다.
우리 아빠는 2남 3녀 중에 막내임에도 불구하고 각자 살기 바쁜 고모들과 큰 아빠의 부재로 장남 역할을 떠안게 되었다. 지난겨울에는 할머니의 상과 할아버지를 모시는 일 모두 아빠가 도맡아 했다.
‘도맡아’라는 단어를 쓰기 애매하긴 하다. 우리 집이 부유하지 못한 탓에 아빠는 일을 다니셔야 했고 자연스레 부차적인 일을 떠맡는 건 나와 동생이 해야 했다.
그럼 명절은 말해 뭐 해.
명절이면 아빠는 바빠지는 일을 한다. 그렇기에 아빠는 긴장 상태에 빠지고 쉽게 예민해진다. 게다가 엄마의 무관심과 무관여로 그 자체로 서운함과 분노를 한다.
명절이면 할아버지를 일단 우리 집에 모셔온다. 그럼 아빠가 자리를 비운 동안은 동생과 내가 할아버지를 모셔야 하는데 사실 주로 동생이 하는 듯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느샌가 모든 것을 놓아버리는 게 나만의 방법이 되었기 때문에 해탈 비슷하게 해 버린다. 그럼 동생은 오롯이 부담을 느끼는데 물론 짜증도 잔뜩 낸다. 하지만 짜증을 내면서 다 해내는 모습을 보면 그 짜증에 대응을 할 수도 없다.
명절에 가족들은 꼭 봐야 한다는 아빠의 고지식한 점 때문에 고모집과 큰엄마집을 간다. 큰엄마집에 가면 설거지와 조금의 집안일들을 도와드린다. 고모집에 가면 굳이 피곤한데 여기에 왜 왔나 싶다.
이런 순간들이 억울해진다. 물론 동생은 더 억울할 테지. 사실 조금 전에 명절을 이유로 싸웠다.
엄마는 20년 넘게 명절 챙겼으면 됐지 뭘 더 해야 하냐며 명절 때 외할머니와 여행을 알렸고, 나는 이미 명절 동안 여행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럼 또 동생이 남는다. 명절을 놓고 보았을 때 아빠도 희생자라고 할 수는 없는 게 아빠가 많은 것들을 포기하면 우리 가족 모두가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고모집도 안 가면 되고 큰엄마집도 안 가면 되고.
그래서 동생은 운다. 자기는 시집도 안 갔는데 왜 이렇게 책임을 져야 하냐고. 나는 할 말이 없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니도 아무것도 하지 마라!!”라고 하고 싶지만 그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걸 아니까 조용히 입 다물고 이렇게 글을 쓴다. 엄마 역시 큰 소리는 치지만 미안해하는 게 느껴진다. 동생도 물론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숨이 막혀 저렇게 토로하는 걸 어찌 말리겠나.
아빠 역시 솔직히 얼마나 부담스러울지 그리고 할아버지에게 더 잘해드리지 못하는 것과 나와 동생에게 그리고 지난날의 엄마에게 잘하지 못한 것에 후회를 하며 스트레스를 받겠지.
이런 걸 생각하면 모두가 피해자다. 이 역시 가해자 없는 피해자 투성이의 일이다.
유교가 최대 가해자고, 그다음 돈이 가해자인 것 같다.
우웩!!
머리가 아픈 명절이다.
유교와 돈이 만든 재앙이다.
+ 엄마, 아빠가 이혼하면 되는게 아니냐고?
그것도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