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직전, 네덜란드에서 하고 싶은 게 생겼다.
바로
앞에서 말했지만 네덜란드 오기 직전까지 아무런 계획을 짜지 않았고 원래도 딱히 여행 가서 주요 랜드마크를 봐야 한다는 생각도 없는 나다.
그래서 지난 일주일 동안도 크게 움직이지 않고 여전한 무계획으로 지우가 사는 동네에서 장을 본다던지 산책을 한다던지 근처 카페에서 책을 읽는다던지 그런 현지인의 일상적인 나날들을 즐겼다.
그런데!!!!!
저 버킷리스트가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네덜란드로 출발하기 하루 전 유튜브에 ‘네덜란드 여행’을 검색하고 봤던 저 ‘네덜란드 전통의상 입고 사진 찍기’가 말이다.
마음먹은 전날부터 얼른 사진을 찍고 싶었다. 뭐랄까. 사진이라면 예쁘게 나올 걸 기대를 해야겠지만 나는 그 옷이 정말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내가 그걸 찍으면 정말 웃길 것 같다는 생각에 신이 났다.
드디어 여행객처럼 지도를 자세히 살펴 전철을 타고 이동해야 했기에 설렌 마음을 안고 지도를 꼼꼼히 살폈고 지우한테도 몇 번씩 확인받았다.
그리고 아침, 지우 출근 시간에 맞추어 9시가 되기 전에 나왔다. 트램을 타고 역에 가서 지우가 알려준 대로 전철을 탔다. 바로 첫날 오자마자 몰라서 무임승차를 할 뻔했던, 승무원한테 김을 드리려 했던 같은 열차였다. 이번에는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지우한테 배운 대로 이행(?)했다.
Rotterdam Centraal - Schiphol Airport - Amsterdam Centraal - Volendam
꽤 거한 여정이었다.
하지만 나, 두려울 것이 없는 반항녀.
정말 구글맵 하나만 있으면 못 갈 곳이 없긴 하다.
스키폴 공항에서 환승을 하려고 열차를 기다리는데 노년기의 백인 부부가 나에게 길을 물었다. 이 동네 사람 같아 보이는데 어쩜 동양인인 나에게 길을 물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또 다른 사람이 길을 물었다. 하지만 초행길인데.. 어찌 내가 길을 알려주겠나.
모른다고 했지만 괜히 묘한 뿌듯함이 들었달까.
나, 외국에서도 먹히는 지적인 이미지일까?
도대체 어떤 심리로 나에게 길을 물어본 것일까?
서양사람들 생각에 동양인들이 길을 잘 안다는 그런 뭐 이상한 인식이 박혀있는 걸까?
아무튼 그렇게 마저 가던 길을 갔다.
창밖으로 소들이 보였다.
기분이 묘하고 좋은게 내가 부산에서 바다를 볼 때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 왤까? 내가 소였을까? 그러면서 언젠가 힘들다면 바다 또는 소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목적지 도착. 가는 길에 동양인들이 종종 보여서 혹시나 내가 가는 사진관에 사람이 많을까 걱정이 됐다. 하지만 웬 걸. 도착하니 내가 1등이었다.
기분 좋게 사진 찍으러 왔다고 말을 하고 가게 2층으로 올라갔다. 자동으로 착착 진행됐다. 정신을 차리니 나는 전통의상을 풀로 갖춰 입고 옛날 배경 앞에서 튤립을 안고 있는 내가 있었다.
포즈 코칭을 받으며 몇 장 찍고 끝났다.
그리고 30분 정도 기다리라고 했다.
나는 가게를 나가 주변 동네를 둘러봤다. 아기자기한 전통 주택들과 바다, 요트.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점점 많아지는 단체 여행객들 사이에 오롯이 혼자인 기분도 좋았다.
잠시 벤치에도 앉았다가 풍경도 찍다가 하며 30여분을 보냈다.
그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가게를 찾아가 사진을 받았다.
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