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넘어 밤새는 건 무리

by 반항녀

클럽에서 논 건 놀았다고 할 수 없었다.


지난 글의 마지막에 네덜란드 기차를 욕하며 끝냈는데, 욕먹어도 쌌다!

출발할 듯 말 듯, 희망고문을 주더니 결국 출발시간이 지연되어 우리는 첫 기차를 한 시간 넘게 기다렸다.


지우는 엎드려 잠이 들고, 나는 잠이 들랑 말랑.

그렇게 꾸역꾸역 기다리다 다행히 기차가 출발했다.

창문에 비친 나와 엎드려 있는 지우의 머리


하지만 우리의 기차 여정은 요상했다.

지우 표현에 의하면, 화명동에서 대저 갈 일을 화명동에서 서면 갔다가 대저로 가는 거랑 마찬가지라고 했다.


처음 갈 땐 돌아오는 길이 좀 길어서 한 시간 반이라더니,

기다리는 일만 한 시간부터 시작했으니.


아무튼 암스테르담에서 레이든(Leiden)역을 찍고,

레이든에서 스키폴, 스키폴에서 로테르담,

로테르담에서 알렉산더로 가야 했다.


이 여정은 총 다섯 시간이 걸렸다.


우리가 클럽에서 나온 건 새벽 3시.

집에 도착하니 아침 8시.


정말 에너지가 하나도 없었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다섯 시간의 여정이 돌이켜보니 제일 재밌었던 것 같기도. 에너지가 바닥나면 헛웃음이 막 나는 그런 상태였다. 뭘 해도 힘 빠지는 웃음이 나는 상태. 그래도 웃음은 웃음이니 행복하달까?


지우는 나랑 다르게 에너지가 넘쳐서 챌린지 숏비디오도 찍자고 했다.

평소 같으면 어색했을 텐데,

뭘 해도 웃음이 나는 상태 + 옅게 남은 술기운에 못 추는 춤도 췄다.


우리 서로가 어찌나 우습던지,

멀리서 보면 짧은 바람 인형처럼 보였을 거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간단히 씻고 골아떨어져, 내리 8시간을 잤다.

눈 뜨니 오후 6시.

어쩜 수면 할당량을 그렇게 잘 채우는지.

그렇게 네덜란드에서의 보름 중 하루가 거의 날아갔다.


깨달았다.


아무리 여행지여도 (여행지여서?) 이제부터 밤새는 건 무리라는 것을.


그러고 꾀죄죄한 모습으로 우리는 동네 슈퍼에 장을 보러 갔고,

삼겹살과 된장찌개가 있는 저녁을 먹었다.

그리 오래 있었던 것도 아닌데, 어찌나 밥맛이 좋던지.

맛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배가 고프다.


어쨌든 이젠, 밤을 새긴 샜지만

밤새는 건 무리인 나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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