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에서 논 건 놀았다고 할 수 없었다.
지난 글의 마지막에 네덜란드 기차를 욕하며 끝냈는데, 욕먹어도 쌌다!
출발할 듯 말 듯, 희망고문을 주더니 결국 출발시간이 지연되어 우리는 첫 기차를 한 시간 넘게 기다렸다.
지우는 엎드려 잠이 들고, 나는 잠이 들랑 말랑.
그렇게 꾸역꾸역 기다리다 다행히 기차가 출발했다.
하지만 우리의 기차 여정은 요상했다.
지우 표현에 의하면, 화명동에서 대저 갈 일을 화명동에서 서면 갔다가 대저로 가는 거랑 마찬가지라고 했다.
처음 갈 땐 돌아오는 길이 좀 길어서 한 시간 반이라더니,
기다리는 일만 한 시간부터 시작했으니.
아무튼 암스테르담에서 레이든(Leiden)역을 찍고,
레이든에서 스키폴, 스키폴에서 로테르담,
로테르담에서 알렉산더로 가야 했다.
이 여정은 총 다섯 시간이 걸렸다.
우리가 클럽에서 나온 건 새벽 3시.
집에 도착하니 아침 8시.
정말 에너지가 하나도 없었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다섯 시간의 여정이 돌이켜보니 제일 재밌었던 것 같기도. 에너지가 바닥나면 헛웃음이 막 나는 그런 상태였다. 뭘 해도 힘 빠지는 웃음이 나는 상태. 그래도 웃음은 웃음이니 행복하달까?
지우는 나랑 다르게 에너지가 넘쳐서 챌린지 숏비디오도 찍자고 했다.
평소 같으면 어색했을 텐데,
뭘 해도 웃음이 나는 상태 + 옅게 남은 술기운에 못 추는 춤도 췄다.
우리 서로가 어찌나 우습던지,
멀리서 보면 짧은 바람 인형처럼 보였을 거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간단히 씻고 골아떨어져, 내리 8시간을 잤다.
눈 뜨니 오후 6시.
어쩜 수면 할당량을 그렇게 잘 채우는지.
그렇게 네덜란드에서의 보름 중 하루가 거의 날아갔다.
깨달았다.
아무리 여행지여도 (여행지여서?) 이제부터 밤새는 건 무리라는 것을.
그러고 꾀죄죄한 모습으로 우리는 동네 슈퍼에 장을 보러 갔고,
삼겹살과 된장찌개가 있는 저녁을 먹었다.
그리 오래 있었던 것도 아닌데, 어찌나 밥맛이 좋던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배가 고프다.
어쨌든 이젠, 밤을 새긴 샜지만
밤새는 건 무리인 나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