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줌바댄스

반성문

by 반항녀

나는 어릴 때는 극소심했다.


명절에 사촌들끼리 모여도 목소리 한번 제대로 내지도 못하고 큰엄마를 불러야 하는데 그 호칭이 오글거려서 ‘저기요..’라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곤 했다.


그래서 나는 항상 내향형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대학을 가서 취업준비로 대외활동을 하다 보니 내 안에 외향성의 봉인이 풀려버렸다.


25살 무렵이었던가..


회사에서 하는 단체 회식에서는 앞에 나가서 ‘엄정화-페스티벌’을 부르며 꽃춤(?)을 춘다.


이건 상사를 위한 것도, 상사가 보고싶어한 재롱도 아니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할 뿐이다.

아니면 뭘 하더라. 아무튼 어릴 때 거의 얘기도 안 하던 이모부 앞에서 와인도 원샷 때리고 속마음도 얘기하고 갑자기 뒤늦게 풀린 내 속의 외향성이 난리를 치고 있다.


그런 거 말고도 참 많이 나댔다.


암튼 그런데 내가 지금 타지에 올라와있으니..

사람들을 자주 못 만나게 되었다.


주로 책을 읽고 (인스타에서는 좀 나대는 거 같긴 한데..) 카페에서 글을 쓴다. 아니면 혼자서 노래방도 가기도 한다.


노래는.. 나보고 성량은 일단 무쟈게 좋다고 했다.


암튼 그러다 줌바댄스를 다니게 되었다.


예전에 유튜브로도 하고 닌텐도로도 줌바댄스를 해봤어서 기대가 되었다.

그런데 어쩜, 내 흥에 그렇게 안성맞춤인지.


악! 악! 하면서 춤추고 폴짝폴짝 뛰어다니고.


진짜 한 시간 내내 춤을 추는데 민망할 것도 없다.


솔직히 가서 아는 사람 없이 춤을 추려니 뻘쭘할 만도 한데 별로 그런 생각도 없다.


그냥 가서 오지게 흔들다가 집에 오면 스트레스가 싸악 가신다.


23-24살 때 클럽을 정말 자주 갔는데 그때는 춤을 추러 가기보다도 전광판과 EDM을 들으러 갔다.

추근덕대는 남자가 없었기에 남자를 만나러 간 것은 아니었다. 좀 부끄럽네 ㅎㅎ^^..


이다음이야기는 클럽투어다.


아무튼 그렇게 나는 어느새 흥도 많고 뿌듯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 2주째 줌바를 안 갔다.. 사실 이건 내가 줌바 출석을 하기 위해 적는 반성문이다..



keyword
이전 16화마리안나(세례명)의 점집순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