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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클럽(1)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by 반항녀

고등학교 시절.. 우리 반에 좀 노는 친구가 있었다.

허락 없이 쓰는 거라 조금 조심스럽긴 한데 옆 중학교였는데도 이름이 들릴 정도로 잘 노는 친구.


그 친구는 종종 고등학생인데도 불구하고 클럽을 갔었다.

당시에 서면에 있는 FIX라는 클럽이었다.

야자시간 전 석식을 먹고 나서 졸음방지용 책상에 둘러 모여 수다를 떨곤 했는데 그 친구가 클럽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티비에서만 보던 클럽을 다녀온 친구가 있다는 것에 감탄하며.. 고등학교 때까지도 삥을 뜯기던 나는 꿈을 꿨다.


절대 학교 안에서는 안 뜯겼다.


친구 많았다.

아무튼 성인이 되면 꼭 클럽을 열심히 다니겠다고..

그렇게 그 친구 덕분에 클럽에 대한 환상을 가지게 되었다.


뭔가 딱히 남자와 관련된 건 없었고 그저 성인들을 위한 놀이터라는 것에 꽂혔던 것 같다.


아무튼 그렇게 무사히 성인이 되었고 중학교 때부터 같이 다닌 친구들과 첫 클럽을 가게 되었다.


해운대에 있는 24/7이라는 클럽.

그때 클럽을 가기로 약속을 하고 가게 된 것은 아니었다.


해운대까지 간 김에 가보자 해서 갔는데 문제는 우리의 복장이었다.


나는 르꼬끄 운동화에 스키니진에 나시를 입고 있었고, 친구 중 한명은 스냅백에 멜빵바지를 입고 있었다. 총 다섯명이었는데 나머지는 기억나지 않는 걸로 보아 준수하게 입었었나보다.

무려 커플운동화였다.


아무튼 그런 패션으로 용감하게 클럽에 입장했다.


입뺀은 안당했고.. 들어가자마자 내 르꼬끄 운동화는 빛이 나기 시작했다.


어두운 밤길을 조심하라고 붙어있는 듯 했는데 클럽에서는 발 밟히지 말라고 빛이 났을까..


사람들은 내 운동화를 쳐다보는 듯 했고 기가 죽은 우리는 (내 운동화 탓은 아니고 각자의 자신감의 문제일거라고 믿는다.) 화장실로 갔다.


그거 아시려나.


클럽의 던전은 화장실이라는 것.


화장실에는 온갖 무서운 언니들이 다 모여있다.


문을 열려고 해도 눈치가 보이는데 그 안에서 언니들은 담배도 피고 화장도 고치고 다른 여자들을 훑고 비웃곤 한다.


그걸 몰랐던 우리는 화장실로 들어가 정말 비웃음소리를 돌비사운드로 듣게 되었다.


그렇게 취하려고 마신 술도 단번에 깨게 만들어 준 수치심과 함께 탈출했다.


수치스러웠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꿈꿔온 클럽의 꿈..은 접히지 않았다.


제대로 된 시작은 23살부터 였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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