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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도라이, 재즈

도라이가 될래요

by 반항녀

나는 아무 곳에서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아무 곳이란 과거, 내가 다른 사람들 시선을 과도하게 신경 썼을 때 감히(나 혼자서 다른 사람들에게) 함부로 책을 읽지 못했던 곳이다. 예를 들면 버스 안, 길가 벤치, 아파트 마당 등이다. 내가 이런 곳에서 책을 잘 읽지 못했던 이유는 다른 사람들한테 보이기에 내가 책을 많이 읽는 척 젠체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29년의 짧은 내 인생 중 타인에 의해 가장 망가졌을 시기, 맘이 잘 맞는 친구와 제주도로 놀러를 갔었고 그때 친구와 각자 다른 주제의 책을 아무 곳에서 읽었다. 너무나 행복했고 자유를 느꼈다. 클럽에서 시끄러운 노랫소리를 들으며 화려한 전광판을 보고 넋이 나가 있는 게 자유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상의 자유를 느꼈다. 그때 이후로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함에 있어 타인의 시선을 크게 신경 쓰지 않게 됐다. 물론,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것에 남에게 피해를 준다거나 범법행위를 하는 것은 포함되지 않는다.


책 읽는 것 말고도 그냥 햇볕을 쬐며 아무 곳에 앉아있기도 한다. 그래서 지난봄부터 여름 사이에 확실히 많이 탔다. 피부가 햇빛을 받아 쪼여드는 느낌이 좋았다. 살아있는 게 확실히 와닿는다고나 할까.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옥상으로 가서 맨 시멘트 바닥에 누워있기도 했다.

내가 이러고 있는 상황을 셀카를 찍어 지인한테 보내면 '넌 도라이야'라고 말을 해준다.

그 '도라이'라는 말을 들을 때 왜인지 모르게 뿌듯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그분이 '또라이' 대신 '도라이'라는 단어를 쓴 것에는 나름 나를 귀여워한다는 뜻과 애정이 섞여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요즘 내 생활은 과거에 비해 자유롭다. 아무 데서나 햇볕 쬐면서 책을 읽는 것과 함께 말이다.

근데 이런 것들이 가사 없는 재즈곡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음악에 문외한이지만 내 귀로 그냥 듣기에 가끔 일부러 잘못된 건반을 눌러듣는 사람에게 약간의 불편함을 줘서 집중을 하게 한다거나 기존의 클래식 음악에 부가적인 음을 넣어서 더 흥을 북돋는 것 같은 느낌 때문이다. (아님 말고)

내가 나름의 기행으로 다른 사람이 조금 더 관심을 갖게 한다거나 그냥 평범한 내 일상에 나 스스로 감정을 덧붙여 혼자서 조금 더 신나 하는 것. 나름 비슷하지 않을까? 뭐, 질문도 사실 필요 없다.

그냥 내가 그렇게 느끼면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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