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항녀 Jun 01. 2024

나의 인터뷰병과 뱃사람이야기

조잘조잘

삶에 대해서, 그리고 나에 대해서 갓 생각하기 시작했을 때, 다른 사람들이 삶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예전에 쓴 적 있는지 모르겠지만


‘매우 정정하신’  아흔 살이 넘으신 ‘큰엄마의 어머니’를 뵌 적이 있는데


그때 내가 ‘죽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여쭤봤다.


이렇게 단적으로 보면 무례하다고 보일 수 있는 질문이지만 우리 인간들, 지구상 생명체들은 모두 태어나고 죽는다는 삶의 형태가 동일하다.


그렇기에 죽음에 대해서 한 번쯤 죽음과 비교적 가까워지신(?) 분과 대화를 하고 싶었다.


그때 ‘큰엄마의 어머니‘께서는


웃으시며 호탕하게 “죽으면 죽는 거지 뭐 별거 있나”


라는 시원한 답변을 주셨다.


그래, 뭐 죽으면 죽는 거지.


뭐가 있겠나.


이 날의 대화는 내가 타인에게 삶과 그에 대한 의미에 대한 질문을 하는 시발점이 되었다.


질문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고 대답해 주시는 분은 유쾌하게 답변을 주셨으니 말이다.


사실 ‘죽음’에 대해 묻고 답변을 들었으면 다른 것은 어려울게 뭐 있으리.



오늘 우리 회사에서 자격시험이 있어 출근을 했다.


우리 회사는 바다와 관련된 업무를 하기 때문에 선원 분들을 만나게 되는데 오늘 시험장에서 두 분의 수험생을 만났다.


한분은 50년 넘게 어선을 타신 선장님.


한분은 약 20년 정도 기름선을 타신 분.

(정확한 직급을 모르겠다.)


그 두 분과 해양수산계에서 행정사항, 규제와 산업현장의 괴리에 대해 가볍게 얘기를 하며 해양수산업계에 종사자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가 많구나를 생각하던 중 대화 공백이 생겼다.


인터뷰병이 있는 나는 틈새를 노려 두 분께 질문을 했다.


”바다는 두 분한테 어떤 의미인가요? “


두 분은 웃으시면서 ”바다가 바다지, 뭐요. “라는 답변을 해주셨다.


“바다가 낭만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냥 일터요. 허허 “


그렇지. 나도 회사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멋진 커리어와 직장인에 대한 환상이 있었지. 막상 다니고 나니 내 모든 증오가 회사에 쏠려있는 듯하다.


그냥 회사는 회사다.


아무튼 그리고 양해를 구하고 하나만 더 질문해도 되냐고 여쭤보았다.


흔쾌히 하라고 하셨다.


나의 질문은

“다음 생이 있다면, 다음 생에도 바다에서 일하고 싶으신가요?”

였다.


50년 동안 바다에서 근무하신 분은 그냥 “허허” 웃고 마셨다.


20년 동안 근무하셨다던 분은 웃고 잠시 계시더니

“아가씨는 다음 생에도 이 일 하고 싶어요?”

하셔서

“전 다음 생에 안 태어날 거예요!”라고 말씀드렸다.


얕은 웃음이 지나가고


그분께서 “다음 생에도 이번 생이랑 같은 일을 하고 싶다 하는 사람은 축복이지. 그런 사람이 잘 있겠어? “

하셨다.


그랬다.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 중에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될까.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라 새롭게 머릿속에 그 생각을 담고 두 분을 보내드렸다.


짧은 몇 가지 질문에 사람에 대해서 알아가는 재미 쏠쏠하다.


다음 생에 혹시나 만약에 태어난다면 MC를 해야겠다.

주절주절

이전 07화 경양식돈까스집에서의 추억여행, 나 말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