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을 고합니다. 톡 톡 톡!
매미의 울음이 거리마다 가득합니다. 온 힘을 다해 목청껏 우는 그들에게 적막한 나의 밤을 내어 줍니다. 푸석한 나무에 바짝 엎드려 있던 어제의 매미가 오늘은 보이지 않네요. 부서질 듯 마른 껍질만이 덩그러니 남았습니다. 어제의 울음은 마지막 인사였구나. 삶을 향한 그 기개가 이 여름을 더 뜨겁게 합니다.
<매미>는 삭막한 현실을 살아가는 소외된 인간의 모습을 매미의 생애에 빗대어 보여주는 그림책이에요. 17년 동안 땅 속에서 지내는 매미를 17년 차의 직장인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잿빛 도시의 한 고층 빌딩은 매미가 일하는 곳입니다. 매미는 그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실수 없이 일을 했지만 인간이 아니어서 승진도 못하고 회사 화장실을 사용하면 임금이 깎여요. 인간 동료들은 매미를 괴롭히며 그를 바보라고 생각합니다. 집이 없어 사무실 벽틈에서 생활하던 매미의 퇴직 날은 책상을 치우라는 말이 전부였습니다.
왜 아무도 매미를 좋아해 주지 않았을까요. 왜 매미의 슬픔을 모른 척했을까요. 매미는 외로움을 어떻게 견뎌낸 걸까요. 매미의 슬픈 눈은 나의 지난날과 닮았습니다. 너의 마음을 줘.
한 사람이라도 좋아. 단 한 사람이라도 좋아. 나이가 많든 적든,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어. 나는 어떻게 할지 모를 만큼 외로워. 나는 언제까지나 영원히 외로워.
_ 어느 바보의 일생, 아쿠타카와 류노스케
이젠 안녕할 고할 때. 빌딩 옥상에 선 매미의 갈라진 몸 사이로 붉은빛이 새어 나옵니다. 그리고 마침내 몸 밖으로 나온 붉은 매미는 자유롭게 날아오릅니다
매미가 옥상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죽음을 예상했었습니다. 현실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매미는 높은 곳에 홀로 선 죽음이라는 클리셰를 비껴갑니다. 매미는 그곳에서 과거의 자신으로부터 탈피하기 시작합니다. 갈라진 몸 틈 사이로 붉은빛이 새어 나오자 가슴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진정한 자신이 되어 자유롭게 날아가는 모습에서는 벅차오르는 희열을 느꼈어요. 매미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이토록 매혹적인 비행에 어떻게 마음을 뺏기지 않을 수 있을까요. 눈을 감고 상상합니다. 매미 곁에서 날고 있는 나를.
톡 톡 톡!
매미는 계속해서 의미를 알 수 없는 소리를 냅니다. 매미의 심장박동 소리 같기도 하고 성충이 되어 가면서 껍질이 조금씩 갈라지며 나는 소리 같기도 합니다. 어쩌면 다름을 이유로 자신을 차별하고 모욕하는 이기적이고 잔인한 인간 사회를 향한 매미의 작은 외침일지도요.
매미는 우리에게 주어진 고통과 우리가 도달해야 가야 할 온전한 자신 모두를 외면하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잿빛에 물들어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직면시키면서 진정한 해방을 꿈꾸게 합니다. 홀로 외로워하지 않는 법을 알려줍니다. 매미를 따라 길을 나설 준비를 합니다. 늦지 않게 가야겠습니다. 매미에게는 남아있는 시간이 얼마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