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책방 3년 차.
주인이 두 달 안에 나가 달라고 했을 때 이제 그만두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어.
내 한계가 너무 명백히 드러나는 시간이었고 나는 더 이상은 무리라고 생각했어.
거창한 계획 따위는 애초에 없었으니까 이 정도만 해도 괜찮다고, 나는 원래 욕망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그리고 나는 너무 지쳤다고.
다 시시하고 귀찮게 느껴졌어.
내 입장만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 혼란스러웠어.
그냥 도망치고 싶었어.
내 마음을 확인해야 했어. 외부의 상황이나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아닌 내 마음에 집중하고 싶었어. 그래서 쓰기 시작한 거야. 쓰다 보면 어느 쪽으로든 마음이 기울지 않을까. 내가 책방을 계속하고 싶은지 아닌지. 그리고 쓰면서 생각했어. 이게 책방의 마지막을 기념하는 나만의 추억이 될지도 모른다고.
한 달. 이렇게 열심히 쓴 건 살아오면서 처음 있는 일이야. 쓰는 건 늘 귀찮고 불편한 일이었거든. 그래도 쓰는 행위가 시간을 잘 가게 한다는 건 정말 좋다고 느껴.
두 달이라는 기한이 취소되고 기약 없는 연장의 상황에서 나는 하던 대로 책방을 계속하게 되겠지. 이 고민도 그냥 덮어버리면 편할 거야. 나중에 닥쳐서 해도 되니까.
근데 그게 잘 안돼.
어떤 결심을 하든 내 안에서 확신을 가지고 싶어. 한 달이라는 시간만으론 부족한 걸까. 내가 너무 조급 했던 걸까.
기도가 필요한 것 같아.
기다려야 할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