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말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지식과 경험이 부족해 말할 때 조리 있게 의사 전달을 못한다. 상대방을 말로써 잘 설득하지도 못하는 편이다. 한 지인이 말하길 '글을 쓰게 되면 자연스럽게 말을 조리 있게 할 수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몇 달 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효과가 있었다. 주변에서 예전에 비해 말하는 게 많이 좋아졌다고 말해줬지만 아직까지 쩌리 수준이다.
글을 쓰면 처음부터 잘 쓸 수 없기 때문에 악플과 비판을 받게 된다. 정상적인 비판은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만 악플은 감정을 상하게 만든다. 정상적인 비판과 비정상적인 악플을 어떻게 가려내는가?
오로지 "근거가 있는지, 없는지를 파악하는 것뿐이다."자신이 불쾌하다고 해서 다 '악플'이라고 하면 안 된다. 논리적으로 옳아도 비판받는 사람은 기분이 나쁠 수 있지만, 표현이 과격하다고 해서 악플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일정한 근거와 논리를 갖췄다면 표현이 거칠어도 '정상적인 의사표시'라고 말할 수 있다.
'악플도 존중해야 한다.'라고 할 때의 악플이 바로 그런 댓글이다. 근거가 없는 비난과 논리가 없는 공격은 악플이 된다. 욕설, 비난, 조롱, 인신공격 등이 속한다.
잘못된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도 여기저기 도배를 한다면 악플과 똑같이 취급해야 한다. '도배'는 악플과 차원이 다른 문제를 제기한다. 악플은 '인간의 탈을 쓰고 어찌 이런 글을 쓴다는 말인가'라는 한탄을 부른다. 도배는 '대화와 토론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라는 회의를 안겨준다. 도배하는 사람들은 그 글이 오류임을 알려 주는 사실을 제시해도 재반박하지 않으며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는 증거를 추가로 제시하지도 않는다.
세월호 사고가 있고 한창 말이 많을 때가 있었다. 오랜만에 모든 가족들이 모여 식사를 했다. 항상 우리 집은 밥 먹을 때 TV를 시청한다. 뉴스에 세월호 관련해 보도가 나왔다. 당시 뉴스 채널 대부분이 기레기 방송을 할 때였다. 뭐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말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자식들 목숨 값으로 혜택을 많이 받고 있다는 뉴스였다. 그걸 본 어른들은 "이제 세월호 뉴스 지겹다. 그만 나오면 안 되나?"라고 말하면서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기사들은 잘못된 내용이라고 이야기했지만 말이 도무지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감정적으로 대화를 하다 보니 언성이 높아지고 서로 감정만 상했다. 그때는 논리적으로 주장하지 못했으며 말도 조리 있게 할 수 없었다. 아직도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대해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근데 세월호 관련된 기사 댓글을 보면 우리 사회는 아직도 쓰레기들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말과 글로 싸워서 이기려고 해서는 안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옳지 않은 주장을 듣게 되면 화가 난다. 똑같은 말을 좋아하는 사람이 한다면 수긍하겠지만 주먹다짐이든, 키보드 배틀이든 싸움은 다 이기고 싶어 한다. 말과 글은 승패를 가리기가 어렵다. 승패가 나는 경우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누군가를 이기려고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논쟁에서 진 사람이 생각을 바꾸지 않을뿐더러 졌다고 생각하면 감정이 상해 오히려 고집을 부릴 수 있다.
상대가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주장만 하면 논쟁을 중단해야 한다. 상대가 토론하다 말고 화를 내면 물러서서 경청하는 게 좋다. 화를 내는 것은 논리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이다. 상대가 잘못했다고 강요하지 말고 다음에 다시 대화하자고 하는 것이 좋다. 논리적으로 말했는데도 상대가 인정하지 않고 우길 때도 화를 내면 안 된다. 자신이 확신하다고 해서 그게 옳다는 보장도 없고, 단 한 번의 논쟁으로 옳고 그름 또는 승패가 가려지는 문제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이성과 욕망을 다 가진 존재이다. 욕망은 아름답고 추악하다. 이성은 고결하지만 때로 나약하다. 인간은 선과 악을 다 저지른다. 인간의 사악함은 어찌할 수 없다. 사악함은 인간 본성의 일부여서 악한 사람 자기 자신도 어찌하지 못한다. 어떤 사회악이 생기면 원인을 나쁜 사람한테서 찾는 경우가 많다. 근데 모든 악이 악한 사람 때문에 생기는 건 아니다. 소수의 사악함보다 다수의 어리석음이 사회악을 부르는 때가 많다. 사악함과 어리석음은 모든 인간의 본성이지만, 조금 더 승산이 높은 것은 어리석음과 싸우는 것이다. 우리가 어리석음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지만 꾸준히 노력하면 조금씩 덜 어리석어질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고, 생각하고, 토론하고, 글을 쓰고 있다. 타인을 설득하기 전에 어리석은 나부터 달라져야 되지 않겠는가?
참고 도서
< 표현의 기술 > 유시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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