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기위해 쓰는 글
단지 기억하기 위해 적는 글들이 있다.
순간의 감정과 생각들을 잊지않기 위해서.
내게는 '싸이월드'라는 공간이 그랬었고 지금도 종종 접속해보고는 한다.
싸이월드 어플을 휴대폰에 깔고 로그인을 해놓으면
'1년전 오늘', '몇년전 오늘' 내가 찍었던 사진이나 글들의 알림이 뜬다.
싸이월드가 한창 유행했던 내 고등학생시절의 끄적거림들과 대학생시절 촌스러운줄도 모르고 신나게 찍어올렸던 셀카들, 지금도 만나고있는 혹은 지금은 연락조차되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과의 대화들.
며칠 전, 동아리활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안에서 고등학교 동창을 9년만에 만났다.
휴대폰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그 모습이 9년전과 달라진것이 전혀 없다고 느껴서였을까? 나는 아는체를 할까말까 고민할새도없이 친구에게 메신저를 보내버렸다.
'oo야, 고개들어 옆을 봐'
전송되자마자 나와 눈이 마주친 친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서서있는 내옆으로 왔다.
"야 웬일이야. 잘 지냈어?"
친구와 나는 서로 '예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다'며 반가움을 감추지못했다.
도착지에 다다르는 동안 우리는
현재의 이야기 10, 과거의 이야기 90 으로 수다를 떨었다.
누가 들으면 웃을지모르지만
우리는 그렇게나 어렸었던 때를 추억하며
이렇게나 나이를 먹어버린, 나이를 먹어가는 현재를 아쉬워했다.
"나는 요즘 과거에 살아. 다시 돌아간다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그렇게 부족하고 뭘 몰랐던 그때가 너무 생각나."
요즘 20살의 어린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다보니
나도 내가 20살이었던 때가 계속 생각난다.
내 생각의 8할은 자꾸만 과거로 향한다.
그리운건지, 아쉬운건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그들이 하는 말이나 행동을 보면서
가끔씩 내 마음의소리를 들어보면 좀 무섭다.
내 경험과 기억을 위주로 그들을 자연스럽기 판단하고 평가할 때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와 이게 뭐지? 나 때는 안 그랬는데? 이럴수도있는건가?'
'아 저럴때 저러면 안되는데?'
내가 젊은 꼰대가 되어가는건 아닌가 싶기도하여
불쑥 겁이나 또 메모를 한다.
'지금 이 생각은 과거의 나라면 하지않았을 부분이야. 그들에겐 지금 저게 당연한 걸지도 몰라. 섣불리 판단하지 말자.'
과거를 돌아보는 것은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글이나 사진으로 남겨진 내 과거는 몇 년 뒤의 나를 웃음 짓게도, 눈물 짓게도, 한숨 쉬게도 하며 나를 한껏 감성적인 사람으로 만든다.
하지만 금세 '과거 나의 경험과 기억'에 매몰되어 현재의 다른 누군가를 나의 틀에 맞춰 생각하는 사람이 되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그건 내가 혀를 차며 흉을 보던 꼰대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아빠가 오랜만에 대학졸업앨범을 꺼내보시거나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를 흥얼거리시는 것은 지나온 추억을 되감기 하시는 것이지만
상사가 본인의 화려했던 이력을 피력하며 자신이 했던 업무스타일만을 아래직원에게 고집하는 것은 아집일 뿐이다.
지금 쓰고있는 이 글도 마찬가지이다.
기억하자.
다른이보다 더 많은 시간을 살아내고 더 다양한 경험을 해보았다고 해서
반드시 내가 옳고 더 현명한 것은 아니다.
나의 과거가 타인의 현재를 가타부타할 기준이 될 순 없다.
과거에 사는 것은 나를 위한 반추이지,
남을 판단할 잣대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 사는 것은 낭만적일 수는 있어도 강박적이어서는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참 자주 과거에 산다. 그래서 과거가 될 현재를 열심히 살아야겠다.
오늘도 1년뒤, 3년뒤의 나에게 보내는
나의 하루를 싸이월드에 적으러 가야겠다. 룰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