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하고 확실한 행복
최근들어 '소확행'이라는 단어가 많이 보이고 또 들린다.
지치고 힘든 삶의 쳇바퀴 가운데에서도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을 누리고자 한다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인 듯 싶다.
그들이 말하는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은 나에게 있어 대략 이런 것들이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파스타 맛집에 들러 토마토 파스타 먹기
-집에 누워 귤을 맘껏 까먹으며 보고싶었던 영화 다운받아 보기
-월급날, 보기만해도 기분 좋아지는 샤랄라한 봄꽃무늬 원피스 구매 결제 버튼 누르기
-주말, 침대 위에 앉아, 보고싶었던 책을 쌓아두고 읽다가 졸리면 누워서 자고 배고프면 일어나 파송송 넣어 라면 끓여먹기
-수업이 일찍 끝난 어느날, 뉴에이지 음악이 흐르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아직 해가 지지 않은 동네 한바퀴 산책하기
-생일을 맞이하는 친구에게 전달할 '캘리그라피' 편지 작성 연습하기
-집에 나 말고는 아무도 없는날, 우울한 발라드 한 곡, 신나는 트로트 한 곡, 박진감 넘치는 댄스곡 한 곡 틀어놓고 큰소리로 따라 부르기
사실 '소확행'의 어원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에세이 ‘랑겔한스섬의 오후(ランゲルハンス島の午後)’(1986)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작품은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을 때',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 등 일상적인 행위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즐거움과 행복을 언급했다.
그런데 '작은것' 속에서도 '행복감'을 찾아낼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이 말은
어느순간 한편으로는 '내게는 고작 <小확행>을 누릴 수 있는 여유밖에 없는 것인가, 소확행은 그저 보통의 사람들이 자신의 처지를 위로하기위해 만들고 통용하는 단어가 아닌가'하는 회의감을 느끼게 했다.
확실한 행복은 작아야만 하는가?
아니다. 내가 마음맞는 친구와 함께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러갈 수 있는 건
수많은 인연들 중 나와 마음맞는 친구가 존재하고, 좋아하는 음식을 사먹을 돈이 있으며, 그 일을 하기 위한 시간까지 존재할 때 가능한 것이고
집에 누워 맘껏 귤을 까먹으려면 일단 누울 수 있는 집이 필요하고, 달고 맛있는 귤을 잘 고르는 능력을 갖추고 계시며 귤껍질 뒷처리 제대로 안한다고 잔소리도 하지 않는 온화한 엄마가 전제되어있어야 한다.
영화를 다운 받을 수 있는 것도 금전에 준하는 포인트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그 이외의 '나만의 소확행' 리스트를 꼼꼼히 뜯어보면 사실 어쩌면 내가 이미 갖추고 있거나 누리고 있어서 소소하다고 느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 가족, 친구, 내가 원하는 무언가를 할 수 있게 해주는 돈. 과연 이것들이 내게 있어 작다고 할 수 있을까?
익숙함에 속아 소소하고 별 것 아닌 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주 크고 소중하며 가치있는 것들이다.
그리고 나를 '확실하게' 행복하게 해주는 만큼 나는 그것들을 유지하고 지키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小확행이 아니라 大확행이라 생각하며 살아야지, 그렇다면 나는 하루하루 더 감사하고 행복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