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의 끝자락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대한민국으로 왔습니다.
2012년 1월 어느 날,
정신 차리고 보니 제가 대한민국에 와있었습니다.
북한에서 대한민국으로 오는 저의 여정은 거의 3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과정은 참으로 슬픔과 아픔의 시간이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영영 만날 수 없다는 생각,
고향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지는 날들이었습니다.
그리고 탈북과정에 잡히면 북송되는 상황에는 목숨을 던질 생각에 고조의 긴장감이 조성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는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잘 때는 악몽에서 헤맸고, 깨서 이동 중에는 몽롱한 환각 속인 듯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꼭두각시처럼 그냥 움직였습니다. 제가 아닌 타인 같은 저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내가 태어나 나서자란 곳, 선조의 무덤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30년의 나의 시간들이 있는 이곳에 과연 돌아올 날 언제 일가 생각하며 압록강의 노래를 속으로 불렀습니다.
일천구백십구 년 삼월일일은 이내몸이 압록강을 건넌 날일세
년년이 이 몸은 돌아 오리니 내 목적을 이루고서야 돌아가리라
압록강의 푸른 물아 조국산천아 고향땅에 돌아갈 날 과연 언제 일가
죽어도 잊지 못할 소원이 있어 내 나라를 찾고서야 돌아가리라
그 당시 점쟁이가 저에게 12월에 여행을 떠난다고 하였고, 우리 부모님들에게 자식이 한 명뿐이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집은 남매였는데 말입니다. 3월 점쟁이가 말할 때 저는 정말 여행 떠날 일이 없었기에 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집을 떠날 당시 저의 오빠는 군복무 중이었습니다. 제가 떠나서 3개월 후 오빠가 제대되어 집으로 왔다고 합니다. 그러니 우리 부모님에게는 두 명의 자녀이지만 한 명뿐이라는 말에 공감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그 점쟁이는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2011년 12월 1일 사랑하는 가족과 영영 이별하며 목숨을 건 모험의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두만강을 건너 목숨을 건 3개월 모험의 여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2012년 1월 드디어 대한민국이라는 미지의 땅을 밟게 되었습니다. 북한에서 대한민국으로의 모험은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것 같은 특별한 순간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북한은 대한민국보다 거의 3~40년 뒤떨어져 있다고들 말합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문을 열었을 때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듯한 놀라움과 설렘, 두려움이 함께 다가왔습니다.
20대 끝자락에서, 태어나 세 번째 아홉수를 넘어, 3개월의 타임머신을 타고, 사랑하는 가족과 영영 이별이라는 큰 아픔과 맞바꾼 새로운 자유는 저에게 행운 같은, 행운 아닌, 행운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당당히 대한민국의 여정은 저에게 커다란 행운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낯선 풍경, 다채로운 사람들, 그리고 현대적인 도시의 모습은 저에게 새로운 시간과 공간을 선사했습니다. 북한에서의 폐쇄적인 작은 우물에서 벗어나 또 다른 진정한 자유를 맛보는 것은 제 인생의 최고의 행운이었습니다.
이 기회를 빌어 또 한 번 큰 소리로 고백합니다.
저는 행운아입니다.
저는 사람복을 타고났습니다.
저는 고향을 떠난 그 정신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