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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현 철학관 May 28. 2023

밤이 가고 낮이 왔다

나를 위한 편지

밤이 가고 낮이 왔다

늘 낮이었을 땐 낮인지 몰랐고

밤이었을 땐 언제 끝날지 모를 이 밤이

영원할 것만 같았다


다시 밤이 가고 낮이 왔다

이번엔 이 낮이 끝나기 전까지

이 시간 온전히 누리다

낮이 질 때쯤

쿨하게 보내줄 테다

재밌게 잘 놀았노라고


그럼 또 밤이 오겠지

그땐 잠도 자고 생각도 좀 하고

더 단단한 사람이 되어


그렇게 몇 밤이 더 지났을 땐

아주 큰 나무가 되어

사람도 새도 동물도

나의 그늘 아래 쉬고 놀며 자게 해 줘야지


부디 너의 40에도, 50에도

인생이 주는 발칙한 선물들까지도

다 감내할 내면의 힘이 있기를

그렇게 꿈꾸던 나무가 되어가기를




2023년 5월 31일을 맞이하여, 30년의 생을 마무리하게 된다. 참 오래도 살았다 싶다. 90세 정도에 죽게 된다고 가정하면 벌써 인생의 1/3을 산 게 아닌가? 그동안 많은 일들을 겪어오면서 잘 이겨내고 여기까지 온 나 자신을 좀 다독여주고 싶었다.


예전에 교회를 다닐 적에 예언기도를 받은 적이 있다. 그때 예언기도를 해주었던 사람은 내게 그랬다. 멋있는 닭의 날개를 가지고 있다. 많은 병아리를 품으며 그 병아리가 닭이 되어 또 알을 낳고, 또 그 병아리가 닭이 되어 알을 낳는 그런 일을 하게 된다. 다양한 언어를 터득하라. 그리고 큰 나무가 되어 사람도 동물도 쉬게 해주는 멋진 나무가 될 것이다. 믿던 안 믿던 내 자유이지만, 내가 꿈꾸던 일을 비유적으로 표현해 주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너무 믿고 싶은 예언이었다. 오랜만에 다시 녹음 파일을 들으니 닭이 되어 많은 병아리를 품는 언젠가 있을 그날을 위해, 이 모든 시간들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인생이 내게 알려주는 것들을 겸허 받아들이고 또 잘 살아가보자 다짐해 본다. 즐거운 30대를 위하여.


다시 낮이 왔다. 이번에는 전보다 더 진하게 누리고 쿨하게 보내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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