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나무

잠잠해져라 잠잠해져라

by 해강
타투이스트 숲 www.instagram.com/tattooist_soop


올리브 나무 잎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세상 풍파 직격으로 맞으니 정신이 헤롱헤롱 했다. 온실 속 화초 같은 스타일은 아니라서 한 번도 곱게 자랐다고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아버지의 그늘이 없어지니 그 존재와 의미가 얼마나 크고 안정감을 주었는지 뒤늦게 알게 되었다.


우리 가족들은 아빠 돌아가시고 꽤 오랫동안 힘든 시기를 보냈다. 서로 다투기도 했고, 서로를 미워하고 증오하는 시간이 있었다. 집 안팎으로 대혼란의 전쟁 같은 시간을 보내며, 나는 진정한 평화를 갈망했다. 내 인생 이제 그만 시끄러웠으면 했다.




2015년 5월, 내가 사랑하는 언니와 이스라엘 여행을 했다. 보스턴에서 유대인 학교에서 공부를 했던 언니는 늘 언젠가 이스라엘에 여행을 가고 싶어 했다. 당시에 네덜란드로 교환학생을 왔던 언니는 유럽에서 같이 여행할 사람을 찾고 있었고, 마침 불가리아에서 지내고 있던 내가 시간이 되어 같이 여행에 합류하게 되었다.


평생 관심도 없었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을 갑작스럽게 여행을 통해서 직면하게 되니, 정말 내게는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하루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심각한 지역인 헤브론에 가는 투어였는데, 아침에는 이스라엘 사람이 낮에는 팔레스타인 사람이 가이드를 해주었다. 같은 분쟁을 두 가지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좋은 취지의 투어였다. 잘잘못을 떠나서, 세계관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어찌 되었건, 늘 분쟁이 가득한 그 이스라엘 땅에 아이러니하게도 평화를 상징하는 올리브 나무가 참 많았다. 그 모순적인 모습이 유독 내 눈에 띄었고, 뜨거운 태양 아래 작고 뾰족하게 난 올리브 나무를 유심히 보게 되었다. 거칠지만 단단한 그 나뭇가지를 사실은 새기고 싶었다. 비록 내 도안은 그런 척박함을 견뎌낸 올리브 나무의 모습을 담아내진 못했지만 말이다. 놀랍게도 나의 바람대로 이 타투를 받고서 늘 전쟁이 가득했던 하루하루가 많이 잠잠 해 들었다.


헤브론에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 관련 투어 중


함께 여행했던 언니의 여행 스토리

https://www.instagram.com/p/Ctl2AqAL5u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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