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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고운 Jun 08. 2020

방탄소년단이 보여준 '비언어의 힘'

-1인 미디어 소통의 질을 결정하는 비언어적 요소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데도 내 눈을 바라보며 연신 까르르 웃어대는 16개월 조카 진이
“맘마 맘마 ~~ 맘마아~” 이 소리가 밥 소리인 줄 귀신같이 알고 고개를 내미는 우리 집 강아지 ‘뽀’
“휴~~” 한숨 하나로 밥을 사주고 싶게 만드는 후배 민영이
감성을 자아내는 비언어의 순간들...

서로 마주 보며 눈이 마주치자 곧이어 입술이 가까워지는 이태오와 여다경이!
화를 자아내는 비언어의 순간들...





“몸짓 언어가 더 강력하다!”

몸짓으로 그리고 소리로 나누는 의미 교환은 언제나 더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첫사랑의 기억은 마주 잡은 손의 따뜻함, 눈빛의 뜨거움 등으로 남아있으며, 가끔 사람보다도 동물과의 소통이 더 큰 힐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태어날 때부터 타고나는 듯 한 무언의 의사소통. 비언어는 신기할 정도로 강력하다. 언어라는 수단이 생겨나고 진화하기 이전부터 서로의 의중을 해석하는 것이 주된 교류 방식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레이 버드 휘슬은 1950년대 보디랭귀지를 연구한 유명 전문가다. 그의 연구에 의하면 단 한 번의 대면 교류에서 언어가 전달하는 정보의 양은 총정보의 35%에 불과하고, 나머지 65%의 정보는 비언어적 교류로 완성한다. 


또한 ‘하버드 100년 전통 말하기 수업’ 책의 내용에 따르면 보디랭귀지와 유사 언어로 대표되는 비언어는 황금 열쇠와도 같아서 우리는 비언어로써 얼마든지 소통의 대문을 활짝 열어놓을 수 있다고 한다. 평소 말을 잘하지 못하는 문제가 사실은 우리의 언어에 있지 않다고 하니, 실로 놀라우면서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말 이전에 몸짓,  옷을 입거나 화장할 때 말고 평소 거울을 봐야 할 또 다른 이유가 생기는 대목이다. 특히 처음 누군갈 만나기 전에는 더더욱...




“아이돌의 소통, 그중에서도 방탄소년단!”

진정성 있는 대중과의 소통을 통해 어마 무시한 글로벌 팬덤 확장을 기록한 방탄소년단. 그들의 소통 방식에는 어떠한 비결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1인 미디어를 통해 공유하는 이들의 일상과 공감대 짙은 대화가 많은 사용자로 하여금 호감을 일으킨다. 그리고 그러한 내용 전달 이전에 ‘느낌적인 느낌’ 형성이 먼저 이루어진다는 것 또한 중요한 특징이다.

 

-극적인 얼굴

연신 미소를 머금고 말을 한다는 것, 눈썹을 씰룩이고 눈을 자주 크게 뜨며 흥미로움을 나타낸다는 것, 목소리의 기복을 주며 에너지를 전하는 것. '극적인 얼굴'이란 결코 외모의 잘생김만을 뜻하지 않는다. 멋진 인상을 말한다. 같은 얼굴이라 하더라도 표정과 미소와 같은 인상이 더해지면 비로소 '극적임'을 풍기게 되는 것.

 

‘아, 이들은 우리와 진심으로 소통하고 싶어 하는 거구나! '

언어가 통하지 않는 해외 팬덤 아미(ARMY) 조차도 단숨에 반하게 만든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인위적이지 않은 행동과 유쾌한 미소는 대중과 소통하고자 하는 그들의 심경을 강력하게 어필하는 1차 언어가 되어주었다.




방탄소년단의 미소, 보는 내내 흐뭇함이 이어진다 (방탄소년단 VLIVE)




‘미소’는 만국 공통 언어라고 하듯 누구나 표현할 수 있는 가장 기본이자 누구에게나 통하는 열정과 우호의 상징인 것이다. 하지만 미소라고 해서 다 같은 미소는 아닌 것도 우리가 익히 아는 사실이다. 약간 미소, 활짝 미소, 썩소, 폭소... 방탄소년단과 같은 인기 아이돌들은 렌즈를 응시하며 세상 자연스럽고 진심 어린 미소를 짓는다는 것이 소통의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매체를 통해 전달하는 미소는 방송 경험이 있다거나 녹화를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하는 부분이 있는데, 실제로는 입꼬리에 더욱 힘을 실어 웃어야만 화면상에서의 미소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카메라로 찍히는 스스로가 생각 외로 덜 드러나기 때문에 이왕이면 크게 힘을 주고 크게 움직여야 확실하게 전달되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이들의 따스한 미소가 사실은 보이는 것보다도 더한 뜨거움을 담은 것이리란 예측도 가능하다.


내용에 따라 소통하기 위해 렌즈를 응시하는 시선 또한 마찬가지. 보다 가깝게 들이대고 눈을 크게 뜨는 정성에는 명확한 효과가 뒤따른다. 물론 실제로 바라보는 것과의 차이는 있겠지만, ‘에게 관심이 있다’, ‘에 대한 애정이 있다’는 사실을 보다 확실하게 전달하는 순간이 된다.   




누워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방탄소년단 VLIVE)



화면 속 방탄소년단의 ‘지민’이 한동안 말없이 누워 렌즈를 바라보고 있는데(또 어떤 날은 '뷔'가), 내 마음이 왜 이상해지는 건지... 참 알면서도 화면을 똑바로 보지 못하는 심쿵함이 생기고야 말았다.


-너를 향한 기울임

상반신 위주로 촬영되는 1인 미디어 방송 상에서 극적인 얼굴 표정, 앉은 자세, 손짓 등의 비언어는 의미 전달과 이용자와의 관계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대화를 하면서 대개는 몸을 앞으로 기울인다. 뒤로 기대어 대화를 진행하는 경우 없이, 몸과 고개가 자연스럽게 렌즈 쪽으로 향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여러분의 말을 열심히 듣고 있어요!’, ‘ 팬 분들이 하는 한 마디 한 마디 모두가 큰 의미로 흥미롭게 다가와요!’, ‘어떤 말이든지 계속 나누고 싶어요!’




렌즈와 가까이 밀착한 스타의 모습, 소통의 욕구를 자극한다 (방탄소년단, VLIVE)




렌즈로 가까이 다가와 슬며시 기울이는 모습에서 무신경함이란 찾아볼 수 없다. 오로지 관심만이 느껴질 뿐. 누군가와의 대화에서 상대방에게 호의를 나타내고 싶다면? 당장 나의 배꼽과 그의 배꼽을 마주해 보자. 그리고 상체를 살짝 기울이듯 대화를 시작하자. 호의적인 당신에게 상대방은 마음을 열게 될 것이며, 고객이라면 지갑을 여는 경우도 여지없이 생겨날 것이다.


-활짝 열려있는 손짓


모든 손짓에는 의미가 담길 수 있다. 손짓 발짓을 전문으로 하는 모델이 따로 있을 정도니까 말이다. 렌즈를 통해 많은 의미를 전달해야 하는 아이돌에게 있어 손과 팔이란 것은 한마디로 ‘소통의 무기’. 일반적으로 팔짱을 끼는 것은 권위적인 느낌을 전하며, 계속해서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는 행동은 무신경함을 전달하게 된다.


‘나와 함께 즐거운 소통을 나누지 않겠어요?’

이러한 느낌을 전달하는 일은 어디까지나 열린 자세에서 가능하다. 가령 몸통 바깥으로 넓게 팔을 펼치거나 이야기에 따라 그림을 그리듯 제스처를 하는 모습에서다. 말보다 행동이 우선 크게 감지되는 1인 미디어의 특성상 개방의 손짓, 열정의 손짓이 표정 못지않게 소통의 질을 결정하는 것. 특히 채팅 내용이나 수용자 반응에 따라 리액션하는 손짓이 중요하다.




먹방도 일방적이지 않은 아이돌의 소통 (방탄소년단, VLIVE)




정통 매체와 달리 1인 미디어는 ‘관계’에 집중된 방송이기 때문에 리액션을 확실하게 표현해 주는 방탄소년단의 비언어가 내용보다도 앞선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 에피소드를 전하는 손짓 하나에도 안무와 같이 텐션을 싣는 멤버들의 모습에서 그들이 얼마나 탁월한 ‘소통 능력자’ 인가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아이돌의 라이브 방송은 뚜렷한 주제나 서사의 흐름 없이도 막힘 없이 흥미롭게 진행되는 모습을 종종 관찰할 수 있다. 분명히 때로는 막히고 때로는 막막한 대화이지만, 마치 뚫어뻥 같은 비언어가 막힌 부분을 ‘펑’하고 시원하게 뚫어준다는 것이 그 뚜렷한 비결이다.


화제가 급 전환이 되더라도, 앞뒤 말이 맞지 않다가도, 돌발상황이 생겼다가도 매력적인 비언어로 일단 말을 대신하거나 마무리를 짓는다. 그리고 이어 자연스러운 전환을 일으킨다. 전체 맥락이 중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상대방이 호의적이라면 비언어가 상당히 큰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도 분명히 할 말이 끊길 것이다. 또 막힐 것이다. 그럴 때 누군가는 귀엽게 혀를 내밀기도 하고, 내려오지도 않은 머리를 쓸어 올리거나 자연스럽게 인간미 넘치는 웃음을 지어 보일 것이다. 만약 엄한 상황이라면 차분하게 헛기침을 하거나 당황한 홍당무가 되기도 할 것이다.


'오늘 나의 리액션 파워는 적당했을까?'

'나의 배꼽은 그가 아닌 누구를 향해있었던 걸까?'

핫한 대화를 만드는 공식은 화제가 아니라 태도에 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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