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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고운 Mar 11. 2021

"사실은... 나도 그래"

친근함을 부르는 찰떡같은 한마디


"오늘 저녁 8시 라방에서 만나요~!"


이미 익숙해진 미디어 문화이지만 가끔은 신기하다. 비단 셀럽뿐만 아니라 인플루언서라는 직함을 가진 사람들이 펼치는 소통은 정말로 흥미롭다.   


기존의 정통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양식과는 달리, 전달자와 수용자 상호가 감각 체계의 확장을 일으키는 ‘1인 미디어’의 소통. 호스트는 개인 영상의 형태로써 시청자로 하여금 더욱 생동감과 현실감을 느끼도록 만든다. 그리고 새로운 시청자 유형인 팔로워들은 영상을 통해 접근성이 높아진 감흥을 느낀다. 라이브 스트리밍의 경우엔 그 감흥이 더해질 수밖에 없다. 이에 텍스트와 이모티콘으로 즉각적인 피드백을 보이며 쌍방향 소통의 묘미를 더한다.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란 뜻의 인플루언서는 '영향을 끼치다'는 의미의 라틴어 '인플루엔자(Influenza)'란 단어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데, 특유의 소통 감성과 친화력으로 인해 마케팅에서는 새로운 핵심 축으로 작용하는 모습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한 때 파워블로거들이 이미지와 텍스트 형식의 콘텐츠로써 많은 이들과의 소통에 나서던 모습과 비교해볼 때, 영상 기반의 인플루언서는 더욱 '리얼'하고 밀접한 교신을 보여주는 것 같지 않은가. 특히 텍스트 콘텐츠를 기피하는 요즘 세대의 특징과 맞물려 그들의 소통 효율성은 배가되는 느낌도 든다.  

 


말하기에 관심이 많은 필자도 마찬가지로 요즘 1인 미디어를 흥미롭게 사용하고 있다. 유튜브에 정보성 콘텐츠를 올리면서 비슷한 관심사의 구독자들을 만날 수 있었고, 특히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만나는 단골 팔로워들은 오프라인 친구 못지않게 호감과 친근감이 들어서인지 관계에서 오는 긍정 에너지가 뒤따르기도 한다.    


이렇게 정보전달자-수용자의 관계를 허물고 수시로 쌍방의 '좋아요' 공감을 주고받는 생활을 영위하는 요즘. 나의 커뮤니케이션 컨설팅 현장에서도 '1인 미디어의 활용'을 위한 고민 테마가 부쩍 자주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실이다. 기술의 발전이 몰고 온 익숙한 소통 문화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낯섦에 서성이기만 하는 사람들도 참 많다는 걸 느꼈다. 충분히 인터페이스에 관한 이해도가 있지만, 더 잘 이용하고 싶어 하는 일부의 심리도 느낄 수가 있었고 말이다.      


그저 마음 가는 대로 플랫폼 기능을 사용하고 마음대로 소통하면 되겠지만, 이 분야 또한 일종의 노하우가 없을 리 없다. 1인 미디어 소통이 소위 더 핫하게 먹히는 이유에 대해서 마케팅 위주로 정리된 정보들 이외에 소통 심리적인 부분을 함께 이야기하고 싶어 진다. 영향력 있는 유명 인플루언서들은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






근접성(proximity); 언제나 가까이 있음을 표현한다  

아무리 친근하고 사랑하는 사이라고 하더라도 몸이 멀어지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멀어지는 현상을 경험한다. 물론 관계의 끈끈함이 남다른 사람들도 있지만, 물리적으로 가깝지 않은 사이는 관계를 유지하거나 더욱 좁히는 일이 상대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


1인 미디어 세상에서는 오프라인 상의 물리적인 거리를 초월한 관계 쌓기가 가능하다. 그 안에서 이뤄지는 타인과의 관계가 사뭇 또 다른 유형이라고 할지라도 바깥세상 못지않게 유대감과 친숙성을 주고받는 부분은 부정할 수가 없다. 어린 시절 연락이 끊기거나 조금 서먹했던 인연이 다시 이어지는 경험 또한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말이다.

 

이렇듯 물리적인 거리를 초월한 근접성의 감흥은 어디까지나 사용자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는 문제이다. 공간의 제약이 없는 대신 시간적인 '빈도'의 공을 들여야 한다. 단순 로그인이 아니라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주기, 종종 스트리밍으로써 시선 앞에 나타나는 일, 수시로 댓글 소통에 반응하는 활동성 등이 필요하다.


주변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이러한 근접성을 주기에 정신적 체력이 떨어지거나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반면에 1인 미디어의 이점이 본인의 성미, 에너지와 너무도 잘 맞아떨어지는 사람들도 있다. 아무래도 근접성의 효과를 낸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플랫폼에 관한 흥미도와 정서적 에너지가 충만해야 가능한 문제이기도 하다.

   


유사성(similarity); 비슷한 사람임을 보여준다  

내가 애용하는 물건을 상대방도 사용하고 있거나,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상대방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 이유만으로도 반가움이 느껴진다. 낯선 여행지에서 한국사람을 마주치면 왠지 모를 친근함에 말을 걸고 싶어 지는 심리와도 같이, 광활한 온라인 세상 속에서 호감을 느끼고 팔로잉을 누르게 되는 다수의 기준은 반가움의 기준과도 비슷하다. 예외적으로 나와는 다른 삶, 내가 선망하는 혹은 부러움의 이상향을 찾아 팔로잉을 하기도 하지만 그 역시도 가치관이 비슷한 호감의 방향성을 띠는 경우가 많다.  


해시태그를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나와의 유사성을 가진 수많은 잠재적 관계를 위해, 공통분모를 가진 유저들과의 연결을 원하는 하나의 표시가 된다.


'어떤 음악을 좋아하나요?', '어떤 음식을 좋아하나요?', '어떤 화장품을 좋아하나요?' 1인 미디어는 자주 취향을 묻는다. '이런 장소는 어때요?', '이런 옷은 어때요?', '이런 운동은 어때요?' 취향을 제안하기도 한다.

 

Festinger의 사회 비교 이론에 따르면 상대방의 태도, 가치, 흥미, 연령, 학번, 출신학교 등의 유사성은 우리 자신이 옳다는 느낌을 증가시킨다고 한다. 때문에 서로 유사한 사람들 간의 소통은 인정 욕구나 자존감을 상승시켜주는 결과로도 작용하곤 한다. 1인 미디어 소통을 통해서 안정감이나 행복감까지도 얻을 수 있는 이유가 된다.



상호성(reciprocity): 관심이 있음을 표현한다

전혀 모르고 있었던 낯선 사람이지만, 나에게 관심이 있다는 표현을 하면 그때부터는 신경이 쓰이게 된다. 첫인상에 따라 상대방에게 호감이 느껴질 수도 있고, 비호감이 생기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마음속에 그의 존재감이 자리한다. 아마도 괜히 그 사람을 한 번 더 쳐다보거나 의식하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1인 미디어 상에서의 상호성은 좋아요 버튼이나 댓글이 작은 시발점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사실 짝사랑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런 외사랑을 완성으로 여기지는 않는다. 관심과 애정은 주고받는 것이 어디까지나 정석인 것으로 여겨진다. 지속적인 '주고받음'은 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만들 수밖에 없는 것.


당신이 좋아하는 셀럽과 인플루언서들은 자주 당신을 걱정해준다. 자주 안부를 묻는다. 코로나는 조심하며 다니는지, 밥은 잘 먹었는지, 오늘 기분은 어떠한지를 묻는다. 그리고 당신이 행복하기를, 즐겁기를, 건강하기를 바란다. 그렇지 못한 날이라면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콘텐츠를 통해 우연히 접하게 된 사람이 나의 일상에 관심을 보여준다면? 나의 마음을 위로해준다면? 때로는 그 얕은 연결이 가까운 사람보다도 더 많은 힘을 주기도 한다.  그러한 힘으로 말미암아  나는 누군가의 팔로워가 되고, 누군가는 나의 팔로워가 된다.

  






1인 미디어는 어디까지나 사용 목적과 사용 빈도를 본인에게 적절히 맞춰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혹자의 말처럼 시간을 낭비하거나 정서적 에너지를 소모하는 결과를 낳기도 하고, 무조건 변화하는 세상을 따라잡는 것만이 행복의 척도는 아니니까 말이다. 하지만 시대가 낳은 새로운 도구를 통해 더욱 많은 사람들과의 소통을 열렬히 원하는 사람이라면 심리학적인 이론도 좋지만 결국, 이것 하나만 기억하면 좋을 것 같다. '사람다움', 사람답다는 말속에 우리가 아는 많은 진리가 응축되어 있을 테니까. 그러고 보니 요즘은 여신보다 여자 친구 같은 여배우가 더 많은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다. 트렌드 또한 신이 아닌 사람으로 흐르고 있다는 부분은 1인 미디어 소통법에 관한 좋은 힌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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