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모 정당이 도입한 ‘공개 대변인 선발 토론’이 많은 흥행과 화제를 몰고 와 시선을 모았다. 정당 대변인을 공개 형식으로 선발하는 과정에서 141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데다 유명 변호사, 탤런트, 전 아나운서 등 화제의 인물들이 여럿 지원하면서 흥미가 더해진 것이다. 이에 더해 유튜브 스트리밍 형식의 뉴미디어를 활용하고 16강, 8강전의 대결 형식을 띠는 등의 신선한 아이디어에 많은 이들이 호평했다.
나 또한 마치 축구 경기를 관전하 듯 흥미롭게 지켜보았는데, 특히 토론 참가자들의 수려한 언변과 이들의 남다른 매너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말씀은 가당치 않고요.”,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책임 질겁니까?” 마치 취조하듯 말하거나 싸우듯 대들던 과거 우리의 정치 토론은 너무도 살벌하지 않았던가. 반면 앞에서 이야기 한 공개 토론에서는 논리성은 물론, ‘태도가 다했다’ 고도 느껴질 만큼 상대의 의견에 경청하며 매너를 지키는 모습들이 드러나 시청자와 각계 전문가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예를 들어 “방금 주신 의견에는 저도 공감합니다.”, “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와 같은 참가자들의 태도가 곁들여지면서 그야말로 매너와 성숙함이 엿보이는 경쟁으로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기본적으로 토론에 임하는 토론자들이 지켜야 할 대표적인 매너는 다음과 같다.
1. 상대의 말을 자르지 않는다. 2. 상대의 의견을 메모하며 경청한다. 3. 의제에서 벗어나는 말을 삼간다. 4. 가급적 긍정어를 사용한다. 5. 상대의 말에 수긍한 후 반박한다.
이 중에서도 커뮤니케이션 코치로서의 내가 자주 중요하게 꼽는 매너는 바로 ‘상대의 말에 수긍한 후 반박하기’이다. 토론을 하게 되면 우선 서로 다른 입장 차이로 인해 논점이 흐려지기도 하고, 마치 싸우듯 감정이 격화되기도 한다. 결국 방향성을 잃고 욱해져 버리는 말에는 긍정도, 존중도 없을뿐더러 이를 관전하는 청중들마저 불쾌함에 인상을 찌푸리고 만다.
오늘날 우리 일상으로 자리 잡은 SNS 소통에 있어서도 존중과 이해가 필요하긴 마찬가지. 우리는 대화 상대가 되는 팔로워들에게 얼마만큼의 존중과 인정을 표현하고 있을까? 사실상 익명의 공간이나 모르는 사람이 올린 글에는 더욱 쉽게 거친 언어를 남발하는 경우가 많고, 이는 곧 사회적 문제로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며칠 전 만난 지인 J 씨는 시사적인 내용의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뒤부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자유롭고 즐겁지만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의 ‘싫어요’와 고질적인 악플이 부담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들의 시선 탓에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이슈에 점점 소극적이 되거나 순수하게 생각을 공유하려던 본질조차 흐려지는 것 같다고 했다. 가끔은 조금의 인정도 없이 무섭게 반박하는 글을 읽으며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해지기도 하고, 급기야 댓글창 기능을 닫아버릴까 고민 중이란다.
분명 ‘견해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과 ‘관대 해지는 것’은 모든 소통 부문에 있어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그런 의미에서 J 씨에게 무작정 냉담한 악플러들이 아쉽기만 하다. 내가 옳다고 주장을 끝까지 내 세운들 감정의 골과 언쟁만이 생겨날 뿐, 결과적으로 이기고 지는 것에 대한 의미가 없단 사실을 이내 깨닫게 된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반드시 겸손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상대방이 틀렸음을 직관적으로 말하지 말고 친절하고 협조적인 자세를 취한다면 상대 또한 강한 논쟁 없이 쉽게 잘못을 인정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일찍이 데일 카네기는 인간관계론 저서를 통해 타인과의 이견과 논쟁에 관한 지혜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것도 좋은 생각이다!”
전쟁 대신 평화의 대화를 추구하는 성숙함의 한마디. 갈등의 속도와 콘텐츠 파급이 남다른 지금이야말로 나와 더불어 상대방의 품격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태도가 필요한 때가 아닐까.